어제는 생전 처음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렸습니다. 주중에 많은 환자와 접촉하는 관계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는 것이 저 자신 뿐 아니라 가족과 병원과 교회까지를 포함한 제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참석인원이 적은 1부 예배 시간에도 100명에 가까운 성도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로 40여 년간 전공의 수련기간 2년과 아이캠프 참석으로 비행기 안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주일날 예배를 거른 적이 거의 없다보니 교회가지 않는 주일이 아주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저는 한국의 평균적인 그리스도인들에 비해 비교적 생각이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만, 교회의 예전(ritual)에 관한 한 전통주의자에 가깝습니다. 교회의 변화를 바라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생각은 보수적이되 형식은 자유롭게’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오히려 ‘생각은 자유롭되 예전은 전통적으로’를 더 선호합니다. 게다가 환자와 가족을 빼면 교회와 관련되어 주일날 만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의 거의 전부일 정도로 삶의 반경이 좁고 단순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 없는 주일, 온라인으로 드리는 예배가 더욱 어색하고 허전하네요.
그 와중에도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제가 담당하고 있는 두 부분 - 헌금위원 체크와 성가대 - 입니다. 헌금은 헌금위원들이 걷는 대신 예배 전 직접 헌금함에 넣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 성가대는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서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영상을 확인해 보니 헌금과 관련된 결정사항은 잘 공지된 것 같고, 성가대 없는 예배의 음악은 지휘자님과 두 솔리스트께서 잘 이끌고 계셨습니다. 텅 빈 성가대석과 많이 비어버린 예배석이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상황이 진정되어 많은 분들이 공포와 고통에서 벗어나고 제가 좋아하는 주일의 일상도 재개되기를 소망합니다.
그 와중에도 마스크를 쓴 제 실물이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자마자 인물이 확 살아나니 이번 상황이 지나간 후에도 계속 쓰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디어 제게 딱 맞는 패션 아이템을 발견한 것일까요 ㅋㅋㅋㅋ
'교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게 전달받은 스승의 날 선물! (0) | 2020.06.09 |
---|---|
아버지가 한신교회 정식 집사로 임직하시다! (0) | 2020.04.24 |
"아무도 원치 않았던 솔리스트"로 데뷔한 날 (0) | 2020.02.20 |
2020년 신용산교회 부서별 단체사진 (1) | 2020.02.10 |
2019년 성탄절 칸타타 공연! (0) | 2020.01.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