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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역사

대한민국 잔혹사 - 폭력 공화국에서 정의를 묻다 (김동춘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by 서음인 2016. 5. 30.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한국 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창비), 자유라는 화두 (삼인), 독립된 지성은 존재하는가 (삼인) 와 같은 책들로 나와 만나 왔던 저자는 한국현대사에 대한 지식과 다양한 사회단체에서의 활동 그리고 4 년간의 진실화해위원회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해방 이후 60년간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되어 왔던 불법적 폭력의 실상과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해방 이후 권력을 차지한 세력은 과거에 대한 어떠한 단죄도 없이 친일파들을 중용하면서 정통성과 공공성의 절대 부족을 폭력과 마피아적 상명하복의 과잉으로 메웠으며, 그 결과 우리사회는 공공의식과 도덕적 자율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쉽게 낙오하고 타율적인 기회주의자 순응주의자일수록 출세에 성공하게 되는 일종의 ‘부정적 진화’ 가 지속되어 왔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출세가도를 달려온 사람들은 요구한 것 이상으로 ‘빨갱이’를 죽인 군인, 정권의 반대자에게 무법적 사형을 내리는 등 과잉 충성을 과시한 판사, 노동자 시위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초강경진압을 일삼는 경찰과 같은 사람들이었으며, 과거 국가폭력의 주역들은 지금도 민간인을 사찰하고 표적수사와 편파판결을 자행하며 탈규제,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워 법을 정치와 경제의 시녀로 만들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저자는 이러한 행태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유사한 형태로 지속되어 왔으며 우리가 오늘 벌어지는 정의롭지 못한 일들을 단죄하지 않은 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또한 한 나라의 문명 수준은 불법 행위와 부정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장치의 작동 여부 및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의 정도와 수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가 전쟁과 폭력, 분단과 냉전의 광기를 청산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권력이 약자를 보호하는 진정한 민주사회가 되기를 희구하며 억울하게 국가폭력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정당한 인정 및 배려를 베푸는 제대로 된 공동체, 진정한 문명사회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대중이 사회적 고통에 공감하는 정도는 대중의 집단 기억과 역사의식에 그 기반을 두고 있기에 우리는 옳지 않으면서도 힘을 갖게 된 사람들의 이력과 연유를 만천하에 알리고 옳은 일을 하다가 탄핵당한 사람을 기억하고 위로하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일을 지속해야 하며, 이러한 역사의식과 공감이야말로 우리 나라가 올바른 공동체,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가기 위한 문화적 정신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시대가 많이 어둡다. 최소한의 정의감과 공공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검찰총장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가차 없이 쫓겨나고 오직 권력에 맹종하는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는 나라,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고 국회의원을 제명한다는 북한에서나 있을 법한 황당한 논리를 펼치면서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국기를 문란하게 한 진짜 심각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적 일탈’이라는 아무도 믿지 않는 핑계를 대는 권력.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자의 말마따나 옮음에 힘을 부여하는 무기인 "관심, 앏, 연대, 공감" 이며, "힘이 정의가 된 역사에 대한 반추" 와 "정의가 힘이 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열망" 일 것이다.

 

 

목차

 

 추천의 글|정의를 모르는 국가에 대한 반격을 꿈꾸며 _박노자(오슬로 대학교 한국학 교수)

 머리말|반성하지 않는 한 폭력의 과거는 반복된다

1부 정의롭지 않은 공화국은 가능한가

  · 정의로운 자가 불행한 시대의 논리

  · 권력에 대한 절대 복종이 국가 범죄로 이어진다

  · 자유민주주의는 어떻게 독재와 결부되었나

  · 대한민국 공인 소멸사 1: 공적 인간이 빨갱이가 된 불온한 시대

  · 대한민국 공인 소멸사 2: '가짜 우익'은 어떻게 탄생했나

  · 국가 폭력은 어떻게 사회 폭력으로 전이되는가

2부 군경이 휘두른 폭력 잔혹사

  · 시국 치안의 무자비함, 민생 치안의 무능함

  · 진압과 소탕의 정치학 1: 공권력에 대항하면 테러 세력인가

  · 진압과 소탕의 정치학 2: 산으로 간 빨갱이들,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

  · 진압과 소탕의 정치학 3: 불법은 엄단하지만 시민의 안전은 모르쇠

  · 경찰과 내통한, 배고픈 폭력 용역들 · 경찰 권력, 탈법과 불법에 연루되다

  · 군인은 생각 없는 기계인가, 제복 입은 시민인가

  · 기무사, 21세기 '군주'를 호위하는 근위병

  · 백인 군인은 전쟁 범죄에 자유로운가

3부 국가 폭력에 물든 대한민국의 풍경

  · 불경죄는 사라졌으나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 사유재산 약탈하는 국가의 폭력

  · 사법 정의 없는 정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 국가권력의 이면, 불법 사찰의 역사

  ·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권력의 논리

  · 인간 도살, 고문의 세 가지 논리

  · 빨갱이는 악이다, 고문도 애국이다

  · 평화의 이름 빌려 폭력은 반복된다

  · 부끄러움 없는 권력, 공감할 줄 모르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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