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소설가 스테판 츠바이크는 그의 자서전 어제의 세계(지식공작소)의 서문에서 그가 나고 자랐던 세기말, 소위 ‘좋았던 시대(La belle époque)’ 의 비엔나를 ‘안정의 황금시대’라고 부른다. 역사학자 이광주 교수에 의하면 “세기말의 유럽에서 비엔나만큼 문화적인 욕구를 정열적으로 지닌 곳은 없었으며.... 비엔나의 부르주아들이 아침 신문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문학, 연극, 음악, 미술의 소식을 알리는 문예란이었다” (편력, 한길사). 무엇보다도 세기말의 비엔나를 빛나게 해준 것은 유겐트슈틸 혹은 분리파라고 불린 클림트, 코코슈카, 에곤 실레와 같은 미술가들, 오토 바그너, 아돌프 로스와 같은 건축가들, 슈니츨러, 호프만스탈, 츠바이크 등의 소설가들, 말러, 휴고 볼프, 쇤베르크, 요한 스트라우스 같은 음악가들, 프로이트나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사상가들을 포함한 기라성같은 예술가, 학자들의 존재다. 이 책은 어쩌면 인류 지성사에서 가장 빛났던 시기였을 1900년대의 비엔나와 그 시대를 살아갔던 천재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위대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학문적 유산에 대한 이야기다.
2. 애서가인 이광주 교수 말마따나 만약 책이 “읽는 것이기에 앞서 보는 것이며, 여기저기 어루만지는 것”(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한길사) 이라면 이 책이야말로 딱 그런 책이다! '뭔가 있어 보이게' 두툼하지만 지면의 대부분이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으로 채워져 있어 “읽기보다는 보게” 되는 책이며, 아름답고 예뻐 절로 “여기저기 어루만지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다. (물론 내용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이 책 자체가 1900년대, ‘좋았던 시절’의 비엔나를 꼭 빼닮은, 그 시대의 축소판인 것은 아닐까? “신이 세상을 창조했듯이 사람은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3. 그러나 이 아름다운 시기는 유럽을 휩쓴 두 차례의 전쟁에 의해 철처하게 파괴되었고, 그가 그렇게도 사랑하던 이성과 상식이 지배하는 세계, 좋았던 ‘어제의 세계’가 전쟁의 어리석음과 폭력의 광기로 산산히 부서지고 마는 것을 목격한 츠바이크는 절망하여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高木正雄의 시대로 돌아간 듯 ‘음지에서 일해야 할’ 자들이 양지에서 설치는 세상, 불의와 거짓이 득세하고 전체주의의 광기가 슬슬 기지개를 켜는 것만 같은 이 시대,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희망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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