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저서/믿묻딸 - 서평

최은님 서평 (2023년 3월 26일)

by 서음인 2023. 6. 22.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기독교영화제이지만 비기독교적인영화들, 종교성이 두드러지지 않은 영화들, 타종교를 다룬 좋은 영화들을 부지런히 찾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아찔하게 다가올 여러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 답할 역량이나 깜냥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고, 영원히 잘 준비될수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더 주저할 타당한 이유는 없었죠.

 

차라리 영화제 이름에서 기독교를 빼지 그러느냐는 애정 어린 조언도 참 많이 들었어요.

기독교 타이틀이 사회적으로, 또는 심지어 기독교 소비자층에서 조차도 이로울 일이 전혀 없는 시절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는 의도와는 달리 누구도(예컨대 그리스도인도 비그리스도인들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만족시킬 수 없는 영화제가 되기 딱 좋은 모호하고 어설픈 이름이었거든요.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출간 소식을 듣고,

기독교영화제가 소위 기독교영화가 아닌 영화를 트는 것처럼

비기독교출판사가 기독교서적을 출간하는 일도 작은 모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다수인 보수기독교인들에게 환영받기 어렵고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외면당하기 좋은

내용이기도 하니까요.

 

그 모험을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 정은문고가 해주어 고맙습니다. 경계를 허무는 대화의 길을 열어주셔서요.

우리는 여전히 길을 찾아가고 있지만, 적어도 현시점에서 방향성만은 틀리지 않았다는 위로를 얻습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에 붙은 딸에게라는 말은 차라리 수사학을 위한 알리바이처럼 보입니다.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는 이 척박한 시대에 (당신은?/나는?/저들이?/저렇게까지?) 믿음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는 지켜야할 일인가, 묻는 모두에게 선물 같은 책입니다.

 

동시대인이란, 시대에 딱 들러붙어 시대의 (빛보다는) 어둠에 주목하는 사람들이라고 아감벤이 말했던가요. 한 손에 잡히고 한달음에 읽히는 이 작은 책에서 숱한 동시대인들을 만났습니다. 생몰연대와 상관없이요.

 

책을 많이 읽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생각을 정리해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이 작고 가벼운 책에 담긴 두툼한 사유와 책 제목들에 밑줄을 그으며, 즐거운 부담을 갖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열정이 아닌 더 많은 지성, 더 많은 확신이 아닌 더 많은 회의, 더 많은 진지함이 아닌 더 많은 놀이정신, 더 순수한 신앙이 아닌 더 폭넓은 신앙, 바로 수사학의 정신이 아닐까?” (130-131)

 

. 놀이정신 가득한 제5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가, 올해도 11월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