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의 질문. 그리고 25개의 답변. (질문들이 참 좋음. 답변할 때 성경 구절 거의 인용하지 않음. 나에겐 그 점도 참 좋았음.)
질문들 중에서 <수치 - 국화와 칼 > 챕터의 질문이 특히 인상적이었음. 질문은 다음과 같음: "전에 아빠와 함께 의료봉사를 갔을 때 수많은 사람이 아침부터 줄을 서있는데 옷차림이 훌륭하고 지위가 높아 보이는 현지인 남자 한 사람이 줄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자기 가족과 친지들을 이끌고 병원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저는 어떻게 그렇게 대놓고 새치기를 할 수 있느냐고 분노했지만 아빠는 <묵묵히> 그 사람들을 진료해 주었지요. 그리고 나중에 이런 문화권에서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수치로 느껴질 행동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수치감을 주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 있었던 사람들을 무시해도 되나요? 그런 행위를 눈감아주는 것이야말로 약자를 배려하는 하나님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위 질문에서 < > 표는 내가 강조를 위해 첨가했어. 내 안에도 저자의 딸과 똑같은 질문이 있었어. 그런데 <묵묵히>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묵묵히 진료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기독인이라면 당연히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해야지!>라는 내 생각과는 다른, 그런데도 여전히 <기독교적일 것 같은>, 어쩌면 <더 기독교다운> 대답을 저자가 들려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음. 이상하게 <묵묵히>라는 구절이 그렇게 만들었음.
위 챕터만 하더라도 루스 베네딕트, 크리스터 스텐달, 브루스 말리나 같은 (내가 읽지 않은) 문화인류학자와 신학자들의 글들이 곳곳에서 인용되지만, 이 책 저자가 고민하고 삶 속에서 체화한 후에 소개하기에, (위화감이나 괴리감 들지 않고) 마치 어제 본 드라마 속 대사처럼 다가와. 나와 몹시 가까운, 몹시 관련있는 얘기로. (말 나온 김에, 이성경 김영광 나오는 <사랑이라 말해요> 꼭 보삼! 최고최고 ㅋㅋ) 그리고 이 챕터의 마지막 센텐스, 읽어보면 공감하겠지만, 참 좋음! 나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는 유우머 참 좋아함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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