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하는 분들이 추천하는 책. 안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책은 딸이 던진 25가지 주제별 질문에 대한 아빠의 답을 담고 있습니다.
몇 가지 감상을 남겨봅니다.
1. ‘회의적인 교양인’이 던지는 질문에 일방적인 답을 제시하기 보단, 여러 가지 논의들을 소개하고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참 따듯하다.
2. 이 책만이 가진 장점이라면, 저자인 안과 의사선생님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 병원에서 소소한 에피소드들, 백내장 수술, 수술의 신 이야기.. ‘신앙’이란게 고상한 지식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벌어진 일에서 출발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도 이렇게 일상에서 만나는 하나님이 참 좋다.
3. ‘응? 나부터 잘하라고? 살 빼라고?’ 이런 식으로 종종 유머가 있기도 한데, 저자가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 청어람에 오실 때 꼭 가고 싶은데....
4. 기독교 세계관에서 세계 기독교로의 전환이라, 둘 다 관심 있는 주제인데 이렇게 연결시키니 새삼 새로웠다. 특히 세계 기독교에서 한국으로 번역된 기독교로 가는 스텝도 아주 깔끔했다. 왜냐하면 전성민 교수님 같이 좋은 가이드가 있는 기독교세계관에 비해, 세계 기독교를 (내 기준에) 잘 정리하고 있는 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앤드루 월스 교수님을 소개하긴 하지만, 월스 책은 읽기 편한 책은 아니다. 우리학교 스승님께서 번역하시긴 했지만, 이건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출판한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도 아티클 모음집이라 대중적으로 읽히기엔 어렵다.
5. 요더와 니버 사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겁쟁이 그리스도인 추가요. 내 얘기를 덧붙히자면, 나는 회의론자가 되다가 또 낭만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난 겁쟁이라기 보단 모순덩어리겠지!
6. 구약성서에 대한 이해나 현대 바울 신학에 대한 이해와 같은 성서학적 깊이에 놀라고, 칼 뢰비트처럼 나로서는 (부끄럽게도)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까지 방대한 독서량에 놀랐다. 좌우를 넘나드는 저자의 길고 깊은 독서인생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는데, 이렇게 편하게 빠르게 읽어도 되나 죄송스러울 지경.
7. 그래서 활용법 한 가지! 소개하고 있는 책들이 거의 저자의 블로그에 포스팅 되어 있다는 점. 블로그를 이용해보자! 더 자세한 책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블로그에서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워낙 요약과 감상 모두 충실하게 정리해놓으셨으니, 블로그에서 책 리뷰를 한 번 더 살피고 더 필요하면 그때 1차 자료를 찾아 읽으면 되겠다아. (예를 들어, 데리다가 궁금하다면, 정한욱 선생님 블로그에 가서 데리다를 검색하면 <환대에 대하여>를 읽으시며 즐기시는(?) 셀카놀이를 만날 수 있다!)
8. 딸과 아빠. 딸 없는 아빠인 나에겐 판타지 소설과 같다. 이보다 더 아쉬운 건, 책을 읽는 내 태도.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 같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고개 끄덕이며 듣기 보단, 아빠의 입장이 되어서 ‘아 이렇게 가르쳐야지.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이 민망하다. 내가 언제부터 어른이라고, 내가 언제 가르치는 위치에 올라섰단 말인가. 겸손하자.
9. 그나저나 따님의 질문이 새삼 대단하다. 요한계시록까지 다 읽으셨단다. 아니, 요한계시록까지 성서 읽기를 하는 ‘기독교에 회의적인 교양인’이야 말로 진짜 판타지 같은 존재 아닌가? 그럼에도 이 책이 흥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참 감사하다! 경계인에게, 그리고 경계 밖에 사람들에게도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마법사 따님의 질문이 담겨 있는데, 아버지의 답변에 따님의 답변 혹은 답변들에 관한 총평/리뷰가 궁금하기도 하다.
10. 여러분. 공부합시다. 책 읽읍시다. 그리고 글을 씁시다!
11. 수호하는 인생이 아니라, 모험하는 인생. 저자께서 내 모험을 응원해주시는 듯, 참 따듯하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정말 내가 오만하다니..) 정말 이번 생은 모험 가득한 여정이다. 이 여정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엄청난 고수님들이 많이 계셔서 정말 듬직하고 감사하고, (뜬금없지만) 겸손해진다.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오늘날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열정이 아닌 더 많은 지성, 더 많은 확신이 아닌 더 많은 회의, 더 많은 진지함이 아닌 더 많은 놀이정신, 더 순수한 신앙이 아닌 더 폭넓은 신앙, 바로 수사학의 정신이 아닐까?”
마침 돌아오는 부활주일 우리교회 임직식이 있네요. 임직하시는 장로님, 안수집사님의 임직 축하선물로 구매 해야겠습니다! 회의적이시진 않지만, 교양인이시거든요. 회의적으로 변해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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