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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읽기쓰기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박순주 지음, 정은문고 펴냄)

by 서음인 2024. 3. 23.

정은문고의 신간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박순주 지음)를 읽었습니다.  도쿄에 위치한 진보초(神保町)는 1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170여 곳의 고서점이 밀집해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서점 혹은 도서관으로 불린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 거리입니다. 일본에서 번역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독특한 서점 18곳을 인터뷰해 책에 담았습니다. ‘책’과 ‘서점’ 그리고 ‘도서관 같은 책 거리’라니, 애서가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꿈’이 모두 담긴 책임에 틀림없지요. 혼자만 읽기에는 너무 아쉬워 고창지역 도서관 여러 곳에 책을 기증하고 말았습니다!

펼쳐보면 과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과 기대를 만족시키키고도 남을 만큼 풍성한 이야기와 멋진 화보, 그리고 충실한 정보들로 가득합니다. 서점 이야기 사이에 작은 박스로 다루는 진보초 맛집이나 명소에 대한 소개도 매우 유익합니다. 그러나 읽어가다 보면 이 책이 단순히 애서가들의 ‘꿈’을 아름답게 담아낸 이야기일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진보초를 지켜 온 사람들이 흘려온 치열한 ‘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진보초가 아름답게 구현해 낸  ‘꿈’과 ‘전통’은 각고의 노력과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서만 유지되고 이어져 올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보르헤스는 “천국은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러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서점이자 도서관’인 진보초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이 매혹적인 책이야말로 천국으로 이어진 ‘야곱의 사다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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