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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읽기쓰기

서평가 되는 법 (김성신 지음, 유유 펴냄)

by 서음인 2025. 5. 11.

이 책의 저자는 2000년부터 ‘출판평론가’라는 직함으로 서평가 생활을 시작했고 현재 대한민국 출판계의 대표 '마이크'로 종횡무진하느라 "과로사를 염려중인" 김성신 서평가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을 꼬드겨 서평가의 길로 접어들게 도왔고 2018년부터는 ‘비평연대’라는 모임을 통해 20대 젊은 지성인들을 서평가로 육성하는 "서평가를 발굴하는 서평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서평'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그간 발굴하고 육성해 왔던 서평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거대한 변화 앞에 직면한 출판산업의 미래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작지만 값진 통찰로 가득한 책의 내용을 간략히 살핀 후 개인적인 단상을 덧붙이기로 한다.  

 저자는 "서평가가 되려면 책을 읽고 서평을 쓴 뒤 자신을 ‘서평가’라고 선언하면 된다"고 말한다.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의미를 해석함으로서 그 책을 타인에게 권하는 용도의 글"인 서평을 쓰는데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평은 독서를 통해 형성된 지적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구이고,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고 소통하는 수단이며, 집필 이전 단계 이전에 전문가로서의 브랜딩 전략을 펼치는 유용한 전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서평가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어서는 안된다. 전문 서평가로 인정받으며 의미 있는 활동을 하려면 책, 저자, 독자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엄격한 자기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인구의 감소와 출판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종이책 형태의) 출판물로 분류되는 매체의 독자가 줄어든 것일 뿐 '텍스트로 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의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지금까지 당대가 생산한 최상의 지적 가치는 출판을 통해 집적되고 편집 정리되어 유통되어 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 산업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시대로부터 근본적인 변화 차원의 도약 혹은 문명사적 차원의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산업은 책이라는 유형의 상품 제작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즉 무형의 지적 가치들을 다양한 형태로 상품화하고 원활하게 유통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형태가 되든 "객관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만큼 정리되고 편집된 정보와 지식"이 책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출판은 가치 있는 생각과 그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가치를 선별하고 평가하고 저작권을 근간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이는 제조업으로서의 출판이 흥행 비즈니스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 사이를 무수히 오가는 지적 가치를 평가하고 선별하며 알려주는 서평가의 사회적 역할이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내가 저자가 된 과정은 이 책에 소개된 몇몇 서평가들과 흡사하다. 나는 2010년부터 SNS에 서평을 올리기 시작했다. 점차 페북 서평가로 이름이 알려지고 몇몇 기독교 온라인 매체에 서평이 실리기도 했다. 이렇게 쌓인 서평 숫자가 500편에 가까와질 무렵 페친이었던 정은문고의 이정화 대표에게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알고 보니 그는 정중함과 인내를 무기로 저자를 이리저리 구슬러 끝끝내 자신이 원하는 원고를 만들어내는 내공을 지닌 ‘무서운’ 편집자였다. 2년 반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가 세상에 나왔고, 끌어주고 기다려준 이대표 덕분에 나는 마침내 한 사람의 저자가 되었다. 그리고 책은 놀랍게도 예상을 깨고 쇄를 거듭한 끝에 '2023년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에까지 선정되었다. 내게 이정화 대표는 서평가들의 멘토인 이 책의 김성신 평론가 같은 분이다.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저자라는 브랜드를 팔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만나뵈었을 때 저자에게 들은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서평가 각각의 고유하고 독특한 이미지(브랜드)를 창조해가는 과정을 보며 그 말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 나는 다른 저자와 차별화된 나만의 ‘팔릴 만한’ 혹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가? 있다면 그 브랜드를 어떻게 다듬어야 할까? 부족하다면 저자로서의 나를 어떻게 포지셔닝해 나가야 할까? 이 책이 저자의 길에 접어든 내게 던져준 묵직한 화두다. 서평을 쓸때도 책을 낼때도 그랬듯 일단 눈앞의 글빚부터 열심히 갚아가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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