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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성서학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 (마커스 보그/존 도미닉 크로산 지음, 중심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1. 역사적 예수 연구의 소위 ‘제3의 탐구’ 단계에 속하는 두 저자들은 이 책에서 마가복음을 대본으로 삼아 종려주일에서 부활주일에 이르는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간을 요일별로 추적하며 그 의미를 탐구한다. 물론 그들답게 지극히 ‘비정통적인’ 방식으로.


2. 저자들은 예수의 마지막 주에 관한 마가복음의 이야기는 지배체제에 대항하는 공개적 시위와 대결의 연속이었으며, 그것이 예수를 십자가에서 죽게 했다고 주장한다. 예수님은 이미 현존하는 로마제국의 권력과 이미 현존하는 유대교 대제사장의 로마를 위한 협력에 맞서 이미 현존하는 정의로운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 나라 - 하나님에 의해 다스려지는 세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될 것을 요구함으로서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는 나라 - 에 대한 passion(열정)은 필연적으로 예수님을 빌라도의 사법적 재판에 의한 두 번째 passion(수난) 즉 십자가 처형으로 이끌었다. 부활은 하나님이 聖 금요일에 있었던 이 재판의 원심을 파기하여 하나님 나라와 그 정의를 위한 예수의 수난을 의로운 것으로 인정한 것이며, 예수를 죽인 권력자들과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세력을 떨치고 있는 권력자들에 대해서 “No"를 선언하신 사건이다.


3.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언제나 십자가를 받아들여 예수와 함께 제국의 폭력과 종교적 타락에 대항하여 걷는 것이며, 그와 함께 죽음과 부활을 통과하는 것이다. 지배를 추구하는 일상적인 인간의 삶으로부터 고난과 섬김의 제자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예수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할 뿐 아니라, 죽음을 통해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가 걸어갔던 그 길을 따라 세상의 제국주의적 삶의 방식과는 전적으로 반대되는 삶을 여기 이 땅에서 살아야 한다. ‘예수에 의한’ 대속이 아닌 ‘예수와 함께’ 참여함이 이 삶의 핵심이다. “예수는 주님이시다” 라는 고백은 개인적인 동시에 정치적이며, 우리의 믿음은 개인적인 변화와 정치적인 변혁을 모두 필요로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4. 이 책의 주장에 의하면 예수님은 폭력과 압제로 유지되는 로마의 지배체제와 로마에 협력하면서 종교적 기득권을 누리는 성전 종교체제에 맞서 정의로운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회복하려 했으며, 그 가운데 권력에 의해 희생되었던 “사회적 혁명가”(저자인 도미닉 크로산이 지은 예수전기의 제목) 였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경을 진지하게 연구한다면 그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예수님은 모든 불의하고 악한 정치권력을 심판하시는 참된 왕이시며, 그의 사역들은 당대의 종교체계가 만들어 놓은 금기를 철저히 해체하면서 진정으로 ‘사회적 혁명’이라고 말할 만한 일들을 이루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예수님의 사역에 대해, 수난과 부활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인가? 우리는 이 책의 저자들이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개념인 ‘예수에 의한’ 대속이 없이도, ‘예수와 함께’ 고난과 십자가를 감당할 수 있는 동기와 동력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하나님의 정의에 무관심한 채 참된 제자가 되는 것에 실패하는 이유는 오히려 대속의 '값비싼' 은혜를 철저히 경험하지 못한 나머지 "값싼 은혜"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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