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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성서학

성경은 남성적인가? (리처드 보컴 지음, 성서유니온 펴냄)

by 서음인 2016. 6. 1.

영국의 저명한 신약학자로 『예수와 그 목격자들』『요한계시록의 신학』과 같은 책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보컴은 이 책에서 성경 내러티브의 대부분이 당대의 가부장적 구조를 반영할 뿐 아니라 그 사회에 존재하는 남성의 시각으로 기록되어 있지만(남성 중심적, androcentric), 성경에는 드물게 여성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당대의 세계를 바라본 여성 중심적(gynocentric)인 내러티브들도 삽입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룻기야말로 고대 이스라엘의 삶에 대해 시종일관 신중한 여성 중심적 관점을 채택하는 가장 명확하고 흥미로운 예라고 강조하면서, 룻기에서 발견되는 두 관점(남성 중심적-여성 중심적)은 급진적인 여성신학자들이 주장하듯 서로 모순되거나 배타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상호 보완적이라고 주장한다. 즉, 룻기에 나오는 여성적 주제와 관심사(남편과 자식을 잃은 나오미의 경제적 보장에 대한 관심, 두 여성이 연대와 지략을 통해 난관을 이기고 운명을 개척함)는, 성경 텍스트를 지배하고 있는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적 관심사(부계 자손과 상속에 대한 관심, 율법적 헤세드의 성취에 대한 관심)와 서로 다르지만 등등하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룻기에서 잘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부계 자손과 상속에 관한 법률은 그 가부장적인 형태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여성을 위한 구조로도 활용될 수 있으며, 당대의 율법적 권리와 권위의 형식적 구조는 명백히 가부장적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기능하는 수준과 방식에서는 남성의 힘만큼이나 여성의 힘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성서 내러티브를 주도하는 남성 인물만의 관점은 편파적이고 사회의 가부장적 구조로 인해 왜곡될 수 있기에 룻기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여성들의 대안적 관점으로 보완되고 수정되어야 비로소 하나님의 메시지를 적절히 전달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가장 온건한 형태의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룻기의 텍스트를 잘 분석한 좋은 책이지만, 성경에 존재하는 가부장제의 타당성 여부라는 보다 본질적이고 민감한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고 슬쩍 넘어가고 있는 점은 좀 아쉽다. 필리스 트리블『하나님과 성의 수사학』이나 캐서린 두웁 자켄펠드『Interpretation - 룻기』와 같은 책들이 좀 더 상세한 탐구를 위한 다음 단계가 될 수 있겠다. 

목 차

1. 서론
2. 룻기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3. 룻기의 여성적 관점
4. 족보의 결론
5. 여성의 관점을 지닌 성경의 다른 내러티브
6. 결론

부록. 룻기 연구서 소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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