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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지에 낸 서평(미발간)

by 서음인 2016. 6. 14.

신약의 뒷골목 풍경 (차정식 지음, 예책 펴냄)

한일장신대 교수로 <성서의 에로티시즘> <시인들이 만난 하나님>을 비롯한 여러 책들을 통해 신학과 인문학을 횡단하는 자유롭고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여 왔던 저자는 이 책에서 신약성경이 기록된 시대를 살아갔던 여러 이름 없는 민초들의 일상, 즉 “음식 메뉴와 입었던 옷가지, 목욕탕과 변소에서 품었던 내밀한 몽상과 일상의 자잘한 사연들, 특히 남녀상열지사에 개입한 성욕과 혼인과 부부관계, 출산과 양육, 노동과 밥벌이의 애로사항”등과 같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당대의 뒷골목 풍경”을 흥미롭게 재현함으로서 우리를 1세기 팔레스타인과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신약시대의 배경을 다루는 책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정치사나 종교사 일변도의 서술을 탈피하여 문화사나 일상사 혹은 심성사의 영역에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힌 저자의 수고가 돋보이며, 저자 특유의 맛깔난 글쓰기를 통해 당대인들의 일상적 삶과 내밀한 욕망 그리고 집단적 심성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별히 말씀을 사랑하는 성도라면 이 책을 통해 성경의 메시지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게 해줄 유익한 정보와 깊은 통찰을 가득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S. 루이스 지음, 홍성사 펴냄)

20세기를 대표하는 기독교 지성인이자 변증가로 <나니아 이야기>시리즈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C.S. 루이스(C.S. Lewis 1898-1963)는 이미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유명한 책에서, “지옥의 고관인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막 기독교에 입문한 주인공을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임무를 맡은 초보 악마 웜우드에게 보내는 조언과 질책을 담은 편지”라는 독특한 형식을 빌어, ‘지옥’이라는 관점에서 본 하나님과 인간의 본성을 재치 있게 그려낸다. 루이스는 이 책에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인간의 끝없는 죄성이라는 딱딱한 신학적 주제를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형태로 바꾸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자칫 고루하게 들릴 수 있는 영적 훈계를 문학이라는 도구로 새롭게 창조하여 강력하고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이야기와 상상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여 기독교 신앙을 풍성하게 하고 확장시키면서도 복음의 핵심적 메시지는 놓치지 않았던” 루이스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는 탁월한 변증서라 할 수 있다. 상상력과 이야기를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한 그는 계속 적실한 예언자요 효과적인 변증가로 남게 될 것이다.


 

역사에 살아 있는 그리스도인 (이만열 지음, 한국기독교 역사연구소 지음)

탁월한 역사학자이자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꾸준히 한국사회와 교회를 향한 선지자적 경고의 메시지를 발해 왔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이 책에서 이준 열사, 안창호 선생, 조만식 장로에서부터 장기려 선생, 주기철, 손양원 목사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기독교가 도래한 때로부터 최근까지 한국교회와 민족사의 과제에 신실하고 책임 있게 대응한 열두 명의 신앙 인물들을 골라 그들의 생애와 업적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 인물들은 모두 당대에 기독교인 뿐 아니라 非기독교인들에게까지 존경받았던 분들이었으며, 그들의 신앙은 교회라는 울타리에 갇혀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세상을 향해 더 밝은 빛을 발하는, “기독교를 종교의 영역에 가둬두지 않고 사회로 끄집어내어 활용하려는, 한국기독교사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커다란 흐름"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들의 업적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평가하되 잘못 알려졌거나 근거 없이 미화되고 있는 몇몇 사실들에 대해서는 엄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가감 없이 바로잡는다. 혹자는 신앙의 위인으로 추앙받는 분들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덕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지만, 진실의 은폐라는 댓가를 지불하고 겨우 세워진 그 ‘덕’을 과연 진리이신 하나님은 기뻐하실까?



비교할 수 없는 그리스도 (존 스토트 지음, IVP 펴냄)

영성과 지성, 경건과 학문, 신앙과 삶을 두루 겸비한 우리시대 최고의 영적 스승 존 스토트(John Stott 1921-2011)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지도 벌써 4년여가 흘렀다. 만약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제자도>에 이르기까지 그가 남긴 여러 훌륭한 저작 중에서 가장 ‘존 스토트스러운’ 책을 딱 한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 <비교할 수 없는 그리스도>를 꼽을 것 같다. 스토트는 이 책에서 그가 평생 사랑했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1) 신약은 예수님을 어떻게 증거하는가. (2)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묘사해 왔는가. (3) 그리스도는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4)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네 가지 질문을 제기한 후, 성경과 교회사의 각 시대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각 질문에 대해 박식하면서도 명쾌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예수님은 감히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역사상 그 누구도 예수님과 같은 분은 없었다는 단언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과연 존 스토트가 아니라면 그 누가 “비교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이다지도 풍부하고 생생하며 설득력 있게 그려 낼 수 있었겠는가! 책을 통해서나마 이렇게 귀한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없는 선교사들의 마을, 블랙마운틴을 찾아서 (한병선 지음, 홍성사 펴냄)

세 분의 교수님과 저자인 영상제작자 한병선 PD가 1950년경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이 은퇴 후 함께 사는 마을인 블랙마운틴을 찾아 생존해 있는 선교사들을 인터뷰한 후 그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40년이 넘는 한국 생활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은퇴하여 미국에 온 것이 너무 아쉬웠다고 말하는 90세가 넘은 독신 여성 선교사의 회상에서부터 총성이 빗발치는 광주를 떠나지 않고 그가 가르치던 학생들과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을 지켜보았으며 그 실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헌틀리 선교사 부부의 눈물, 일흔 중반의 이만열 교수님을 청년이라고 부르며 아프리카의 말라위에 보낼 담요를 짜기 위해 계속 뜨개질을 하고 계시는 아흔이 넘으신 열혈 할머니 선교사들의 열정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한국에 바치고 이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앞둔 老 선교사들의 회고와 고백에는 독자의 눈시울을 수시로 뜨겁게 만드는 진실의 울림이 담겨 있다. 또한 본인들이 삶을 바쳤던 한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헌신하겠다는 소명으로, 과거 자신들이 도왔던 남한과 비슷한 현재 북한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염려하며 지금까지 자신들을 미워하는 북한을 돕기 위해 앞장서 왔다는 벽안(碧眼)의 老 선교사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열정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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