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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나의 멘토 - 오 스데반 , <너희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에 기고한 글

by 서음인 2016. 6. 15.

제가 오 스데반 박쉬(몽골어로 선생님)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 주일학교에서였습니다. 친구의 전도로 처음 교회에 발을 들여놓은 후 복음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던 때였지요. 당시 오 박쉬는 가장 철저히 공과를 준비해 올 뿐 아니라 공과 공부를 가장 오랜 시간 진행하시는 선생님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성경을 공부하던 어느 날, 어떤 친구가 손을 번쩍 들고 무엇인가를 질문했습니다. 그때 오 박쉬는 잠깐의 침묵 후 바로 성경을 펴시고 “마태복음 xx 장을 봅시다”라는 말씀을 시작으로 그 질문에 대답하셨지요. 그리고 그 모습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때 누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그 질문에 대해 오 박쉬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질문에 대해서든 먼저 성경을 펴들고 그 말씀의 권위에 의지하여 대답하며 가르치시던 모습만큼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제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때 오 박쉬는 이제 막 신앙의 걸음마를 시작하던 제게 기독교는 무엇보다도 말씀의 종교이며, 그 어떤 인간의 권위나 종교적 전통보다도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 가장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권위를 가진다는 사실(딤후 3:14)을, 행동을 통해 친히 가르쳐주셨습니다. 이 가르침이야말로 제가 오 박쉬께 받은 가장 큰 선물이요, 제 신앙을 지탱하는 튼튼한 기초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행위가 아닌 믿음! 로마서!! 


조금 후 성경퀴즈대회가 열렸습니다. 한참 성경에 재미를 붙여가던 저는 비록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퀴즈의 범위인 로마서를 열심히 읽고 또 읽었습니다. 드디어 다가온 성경퀴즈대회 당일, 오 박쉬는 마지막에 로마서 전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라는 문제를 내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성경퀴즈 하면 단답식 암기문제나 암송만 생각하고 있던 우리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오 박쉬는 손을 들었던 사람 대부분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셨고 마침내 제게까지 순서가 돌아왔습니다. 저는 큰 소리로 “행위가 아닌 믿음”을 외쳤고 오 박쉬는 아주 좋은 대답이었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오 박쉬가 말씀을 가르치는 방식은 항상 그런 식이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입시키기보다는 언제나 제자들에게 질문했고, 어떤 대답에 대해서도 무시하지 않고 잘 경청하신 후 그 대답에 내재하는 ‘일리’를 찾아 제자들을 격려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론으로 이끄시곤 했습니다. 바로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복음을 증거하신 예수님의 방법이 아닐까요(요 4:1-26)? 제가 사춘기 시절 그분께 받았던 많은 질문과 격려는 제 신앙을 춤추게 했던 아름다운 춤곡이 되었습니다.

 

내 신앙을 키워준 오 박쉬의 제자훈련 교제들


오 박쉬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제가 대학부에 올라간 후 부감으로 부임해 오셨습니다. 오 박쉬는 과연 그 분답게 오시자마자 몇몇 자원자들을 모아 제자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특유의 준비성은 변함이 없어 매 주 몇 권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일일이 수기로 정리한, 당신이 직접 만든 멋진 교재를 들고 나타나시곤 했습니다. 그 교재로 귀납적 성경연구에서 기독교적 결혼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배워가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삶의 전 영역에서 예수님을 따라가는 제자로 부름 받았으며(막10:42-45), 평생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기꺼이 모험을 선택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빌 3:12-14)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오 박쉬가 선교사로 파송되신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과거에 오 박쉬는 선교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고, 제자훈련 시간에 선교에 대해 열심히 배웠던 기억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곧 오 박쉬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오 박쉬는 언제든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십자가를 질 준비가 되어 있는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였고, 지금까지의 삶에 연연해서 새로운 푯대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외면할 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자 정집사가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만들었던 청년부용 교재들


오 박쉬가 몽골로 파송 받아 떠난 후 언젠가는 그 땅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는 마침 비전케어(Vision Care) 라는 안과 의료선교단체에서 몽골로 의료캠프를 떠난다는 광고를 접하고 과감하게 참가를 신청했습니다. 오 박쉬를 방문해야 한다는 부담도 털어버리고 의료선교라는 멋진 타이틀까지 얻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나 이 멋진 계획은 처음부터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여권 분실에 출발 지연에 게다가 그 자신 있던 수술은 왜 이렇게도 어려운지… 오 박쉬는 처음 방문한 선교지에서 한꺼번에 닥친 어려움에 혼란스러워하던 제자를 찾아와 선교란 삼위일체 하나님이 친히 행하시는 일이며, 인간이 할 일은 이 무익한 종을 당신의 위대한 사역에 초대해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겸손하게 동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셨고(출 14:13-14), 그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기보다는 선교의 이름으로 내 능력과 이름을 알리려고 했던 부끄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키고 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비전케어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한 일인 선교에 동참할 영광을 얻은 저는 가끔 오 박쉬가 알려주신 이 말씀을 기억하며 내 능력을 의지하고 내 영광을 추구하려는 유혹을 경계하곤 합니다.


오 박쉬를 따라 선교의 길로......


오 박쉬는 저의 영원한 멘토입니다. 그것은 오 박쉬가 과거 특정한 시점에 제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 박쉬가 현재도 끊임없이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그 나라를 위한 모험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며, 만날 때마다 제게 끊임없이 새로운 신앙의 충격과 도전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오 박쉬의 몽골에 대한 사랑과 소명이 가득 담긴 멋진 책이 나오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오 박쉬는 여기서 멈추거나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오 박쉬와 동행하며 위대한 일을 행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그 이름을 찬양합니다!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영원한 나의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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