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떠나게 된 부감 정한욱 집사입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도 여러분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어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러분과 이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노파심에 사랑하는 청년부 형제자매들에게 평소에 당부하고 싶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대부분 주일날 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원래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고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버릇이 생기는 법이죠. 너그러우신 여러분이 이해하세요^^)
우선, 미래를 준비하고 자기 자신을 훈련하는 청년들이 되기를 권면합니다.
감옥에서 죽음을 앞둔 老사도 바울은 그의 애제자인 젊은 디모데에게 경건의 훈련과 그 유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딤후 3:7-8). 청년 시절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준비이며, 청년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도 신앙과 삶의 훈련과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봉사보다는 미래를 위한 훈련과 준비에 집중하라'는 말이 지금도 하나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과 열정으로 교회 구석구석에서 여러 모양으로 봉사하는 청년 지체들에게 조금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대학 청년부에서 젊은 시절 믿음과 열정으로 열심히 헌신했던 많은 교회 선후배들이 너무 자신의 에너지를 현재에 쏟아 부은 나머지 미래를 준비하는데 소홀한 결과 정작 교회나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해야 할 나이인 30-40 대에 어디서도 자리 잡지 못하고 안타깝게 방황하는 모습을 종종 보아 왔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여러분에게 열심히 노력해서 세상에서 성공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이 성공의 고지를 점령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보다는,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낮은 자리,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답지를 찾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고지론'과 '미답지론'이라는 뜨거운 논쟁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에 의하면 누군가가 높은 고지에 올라가거나 아무도 가지 않은 미답지에 갔다고 해서 하나님이 자동적으로 영광 받으시거나 아무 조건없이 그들을 통해 일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어떤 자리에 처하든지 하나님은 여러분과 함께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시겠지만, 그분은 어디에서든 결코 준비되지 않은 그릇을 크게 쓰시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이 지금 당장 봉사나 헌신에 여러분의 자원을 100% 쏟아붓기 보다는, 여러분이 가진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미래에 투자하여 자신을 훈련하고 가꾸는 데 사용하시기를 권면합니다.
1988년 여름 전북 진안에서 열렸던 여름 성경학교 봉사에 참가했던 신용산 성지회
다음으로, 성경말씀을 깊이 연구하는 청년부가 되기를 부탁합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표어인 “오직 말씀으로(sola scriptura)"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개신교의 삶과 신앙에 있어 최고의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에서 ”성경은 능히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한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딤후 3:15-16). 그렇다면 자신을 그리스도인으로 생각하는 모든 사람은 성경을 열심히 읽고 깊이 연구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가족부양과 자녀양육의 부담이 생기게 되는 30대 이후에 성경을 깊이 연구할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설령 시간과 여유가 있는 경우라 해도 함께 나눌 공동체 없이 혼자서 말씀을 꾸준히 연구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일생 중에 성경을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비교적 다른 부담이 적고 함께 나눌 귀한 공동체가 있는 청년의 시기입니다!
어떤 분들은 아마도 경건의 시간(QT) 을 통해서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 되지 왜 굳이 연구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생각대로 묵상이란 성경읽기의 꽃입니다. 그것은 말씀을 천천히 씹어 내 것으로 만드는 (meditatio) 가장 고귀하고 수준 높은 형태의 성경읽기입니다. 그러나 묵상이라는 꽃이 아름답게 피기 위해서는 튼튼한 말씀의 뿌리와 줄기가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한다는 것은 바로 말씀의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세우는 일입니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묵상이 노천에 널려있는 보석을 줍는 행위라면, 성경연구는 그 보석의 광맥을 탐사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각 성경의 저자와 수신자를 알아보는 일, 전체적인 구조를 살피는 일, 구체적인 성경 구절의 정확한 의미를 살피는 일... 성경연구는 사실 매우 귀찮은 일입니다. 머리를 써야 하고 시간과 돈 (때에 따라서 참고서적을 사야 하니까) 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은혜롭거나 창조적인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여 연구한 성경의 본문들은 평생 동안 여러분의 성경묵상을 풍요롭게 해줄 귀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들이 소그룹 모임 시간을 통해 중요한 성경본문들(창세기, 여호수아, 사복음서, 바울서신서등..) 전체를 귀납적으로 깊이 연구하고 나누시기를 당부합니다.
신용산교회 청년부에서 만들어 사용했던 성경공부 교재 및 리더훈련 교재
마지막으로, 복음의 총체성을 명확히 인식하는 청년들이 되기를 당부합니다.
최근 청년사역의 트렌드는 예배와 선교라고들 합니다. 저도 청년예배를 통해 예배의 역동성에 새로 눈떴고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 선교의 도전을 받게 된 것을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와 예배의 하나님이 곧 일상과 세상의 하나님이시며,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고 우리에게 선교의 사명을 위임하신 예수님은 (행 1:8) 눈먼 자가 눈을 뜨며 억눌린 자가 풀려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되는 것이 당신의 메시야됨과 하나님 나라 도래의 증거라고 말씀하신 (눅 4:18-19) 바로 그 예수님이시기도 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70억 인구 중 1/3 인 20억 명은 일생동안 한 번도 복음을 제대로 들을 기회가 없거나 예수를 믿기 위해서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소위 미전도 종족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세상은 전체인구의 1/6 인 12억 명이 절대빈곤선 아래인 하루 1.25달러 이하의 돈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그중 8억 5천만 명은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신음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적 혹은 정치적 신념으로 인해 박해받고 추방당하며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곳이기도 합니다.
복음서를 읽어 보면 예수님은 빵과 복음의 문제를 놓고 논쟁하는 대신 영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도움 받는 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도움의 궁극적 목적은 도움 받는 사람의 육체적인 장애의 회복과 정상적 사회관계의 회복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즉 전인(whole person) 의 총체적 회복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러한 복음의 총체성을 잘 인식하고, 복음을 모르는 채 죽어가는 수많은 영혼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 뿐 아니라, 하나님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빈곤과 폭력, 그리고 정의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의 사회면이나 국제면을 정기적으로 검색하는 일, 제가 섬기고 있는 비전케어나 잘 알려진 기아대책과 같은 구호선교단체를 통해 단기선교를 다녀오거나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일등은 좋은 출발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이 저에게 보여 주셨던 사랑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몸은 떠나지만 여러분을 항상 기억하며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위해, 제가 섬기고 있는 비전케어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럼 청년부 화이팅!!
모리타니아의 사막도시 싱게티에서의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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