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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책활동

네트워크 독서와 책의 소우주

by 서음인 2017. 5. 5.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들이 가끔 경험하는 재밌는 일 중 하나는, 바로 직전에 읽었던 책에서 봤던 내용이 현재 읽고 있는 책에 다시 나오는 것입니다. 사실 여기서 제가 든 예는 비교적 사소한 내용의 중복에 불과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보통 한 책을 읽은 후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주제의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흔히 "네트워크 독서법"이라 불리는 책읽기에서 잘 경험할 수 있지요. 먼저 읽은 책은 진보적 역사학자가 지은 미국사 만화책이고 바로 다음에 읽은 책은 예수회 소속의 가톨릭 신부가 지은 복음서 묵상집이지만, 둘 다 평화주의적 신념을 가진 미국 저자라는 동일한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그 책이 품고 있는 광범위한 지식의 네트워크라는 하나의 소우주를 어렴풋이나마 인지하고 탐사해 나가는 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거 내가 행했던 지적 탐사의 흔적과 생각지도 않게 마주치는 일이야말로 책읽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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