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인류학의 고전 중 하나라는 메리 더글라스의 <순수와 위험>을 다 읽었습니다. 성경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지루하고 난해하기로 악명높은 구약 레위기의 음식금기와 관련해 잘 알려져 있는 책입니다. 지금은 절판된 이 책을 구입한 것이 2000년대 초반경이니 10년이 훨씬 넘어서야 읽은 셈이 되겠네요.
읽는 속도보다 사 모으는 속도가 훨씬 빠른 제게는 이런 책들이 제법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문화사가인 요한 호이징아의 명저 <중세의 가을>은 1994년 4월 30일 구입해 2004년 1월20일 완독했으니 읽는 데 10년 가까이 걸렸고, 칼 포퍼의 유명한 책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멋진 표지에 홀려 대학시절인 80년대 후반에 구입한 후 2014년 1월 6일에 완독했으니 읽기까지 약 2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셈입니다. 그러나 그 중 압권은 바로 레위기의 돼지고기 금기를 문화유물론적 관점에서 해석한 미국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1987년 5월 7일 구입해 올해 9월 1일에 완독했으니 딱 30년 걸렸습니다!
혹자들은 아까운 돈을 낭비해가며 읽지도 않을 책을 왜 그리 사재끼냐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수십 년씩 서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잊혀졌던 책들이 주인의 간택을 받아 생명을 얻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ㅎㅎ 오늘도 잠시 서재에 들어가 퀴퀴한 책 냄새를 맡으며 30년간 사 모은 저 많은 책들을 언젠가는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되지만 달콤한 꿈에 빠져볼까 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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