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 논객 중 한명이자 『미학 오디세이』및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등의 미학관련 저서로 잘 알려진 저자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저자는 1917년 뒤샹이 변기를 미술관에 전시한 이후 예술작품과 사물을 구별해주는 물리적 차이는 사실상 사라졌으며, 현대미술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전통적 질문 대신 “언제 예술인가”, 즉 "하나의 사물이 언제 예술이 되는지, 그 사물을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묻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대답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된 비평은 이제 작품에 대한 사후 평가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작품 자체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저자는 이 책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에서 전후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로 비평가들의 평론을 통해 재구성한다.
저자는 전후의 후기 모더니즘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1) 1950년대 이후 등장한 거의 모든 예술운동의 모태가 된 폴록 (Jackson pollock 1912-1956) 의 그림과 (2) 그 유명한 ‘평면성의 원리’를 주창한 그린버그(Clement Greenbeerg 1909-1994) 의 모더니즘 비평을 꼽는다. 색면추상, 탈회화적 추상,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해프닝 등 폴록 이후의 예술은 그린버그의 ‘평면성의 원리’를 추구하거나 반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그린버그의 자식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탕아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그린버그의 형식주의 비평이 주목하지 않았던 다다이즘이 60년대를 즈음하여 네오 다다 운동으로 부활했으며, 이 운동은 뒤샹 (Marcel Duchamp, 1887-1968) 을 현대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복권시키는 동시에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간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설명한다.초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과연 진중권답게 난해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명확하게 잘 정리해주고 있으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혹은 '퍼포먼스'와 그들이 상호간에 벌였던 치열한 논쟁을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목차
들어가기 - 후기 모더니즘과 네오 아방가르드
1장. 폴록 - 캔버스 안의 검투사
2장. 앵포르멜 - 무정형한 물질의 충동
3장. 색면추상 - 네가 누구 앞에 서 있는지 알라
4장. 탈회화적 추상 - 뜨거운 추상에서 차가운 추상으로
5장. 미니멀리즘 - 네가 보는 것은 네가 보는 것이다
6장. 개념미술 - 육체를 벗어버린 예술
7장. 팝아트 - 사진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
8장.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 스펙터클에 맞선 전사들
9장. 해프닝 - 액션 콜라주에서 해프닝으로
10장. 플럭서스 - 정신병자들이 탈출했다
11장. 리히터 - 리히터의 ‘흐리기’
12장. 신표현주의 - 새로운 야만인들
나가기 - 후기 모던이냐 포스트모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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