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의 책 10권을 골라놓고 보니 첫 번째 책의 제목이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이고 두 번째 책은 <성서, 역사와 만나다> 였습니다. 기독교인들 중에 어떤 분들은 하나님과 하느님, 성경과 성서 중 어떤 명칭을 사용하느냐에 상당히 민감하신 것 같고, 심지어 과거에 이 일 때문에 다 완성되었던 책이 폐기처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아마 각각의 명칭을 고수하기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름의 중요한 역사적, 신학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제게 있는 책들 중 각각의 단어가 제목에 나오는 것들을 찾아보니 아주 흥미롭습니다. '성서'라는 말은 '성경'과 비교해도 별로 차이가 없을 정도로 사용되는 빈도수도 많아 보이고 제임스 패커가 편집한 <성서시대의 일상생활>같이 비교적 보수적인 책들에도 사용되고 있는 반면, '하나님'에 비해 '하느님'은 아주 사용되는 횟수가 적네요! 심지어 셸리 맥페이그나 메리 데일리같이 당연히 '하느님'이 쓰일 만한 진보적인 신학자들 책에도 '하나님'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사진 클릭하면 자세히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몰트만의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는 하나님, 하나는 하느님으로 표기되어 있네요!
3. 저는 책 리뷰를 쓸때 성경/성서, 하나님/하느님과 같은 명칭들은 저자가 쓰는 용어를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5년 이상 들어온 '성경'과 '하나님'이 정서적으로 더 편안하지만, '성서'와 '하느님'도 별 거부감은 없습니다. 아마도 성서/하느님으로 표기된 책들도 꽤 많이 접하다보니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이 용어들은 여러 이유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일종의 정체성 표지(경계표지, boundary marker)처럼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비본질적인 문제(아디아포라)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성경'과 '성서', '성서'가 꽤 폭넓게 쓰인다.
'하나님'과 '하느님'. '하느님'의 사용은 '하나님'에 비해 훨씬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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