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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단상 기독교

요세푸스와 필론이 그려낸 고대 지중해 세계의 '영웅', 모세!

by 서음인 2017. 12. 7.

과거 『예수의 역사 2000년』으로 한 차례 만난 바 있었던 위대한 교회사가 야로슬라브 펠리칸(Jaroslave Pelikan)의 새로 번역된 책인 『성서, 역사와 만나다』를 읽고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학의 교황' 페르낭 브로델의 말을 인용하여 히브리어 성서의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이 유대교 신앙을 지중해 세계 문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세계종교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주었다고 설명할 뿐 아니라, 흥미롭게도 바로 그 70인역으로 인해 모세가 고대 지중해 세계의 영웅 중 하나로 등극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네요! 그리스도교를 넘어 서양 문화사 전체를 아우르는 박식함과 교양, 그리고 품위로 가득한 거장의 책을 읽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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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인역으로 인해 모세는 ‘그리스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글자(그리스어)를 읽을 수 있는 많은 이가 모세의 말과 명령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모세는 만신전에 있는 세계의 영웅들과 어깨를 나눌 만큼 유명해졌다 ...... (유명한 『영웅전』의 저자인) 플루타르코스 시대에 두 명의 유대인이 모세의 도덕적 성격을 다룬 전기 형식의 글을 썼으며 그 덕분에 모세는 지중해 세계에 널리 이름을 떨친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등과 함께 고대 세계 영웅으로 이방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그리스어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다룬 『유대 고대사』라는 기념비적인 저작을 집필했다, 네 번째 책 후반부에서 그는 모세의 삶을 전기 양식으로 기술했는데, 70인역 출애굽기와 신명기 내용을 옮긴 후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당시 그리스 철학과 심리학에서 사용하던 ‘덕’(virtue)이나 ‘정념’(passions) 등의 개념을 차용해 모세라는 인물을 묘사했다 ...... 요세푸스가 그린 모세는 자기 절제와 객관적 거리두기의 전범이다”

“70인역을 활용해 이방인 독자들에게 모세를 좀 더 매력적인 인물로 소개한 이는 알렉산드리아의 필론이었다. 『모세의 생애』에서 필론은 왕과 율법 제정자가 되는 이야기, 그리고 예언자 혹은 성직자가 되는 이야기를 함께 서술함으로써 모세를 그리스인들이 조화를 이루려 노력했던 삶의 두 방식, 즉 활동적인 삶(vita activa)과 관조적인 삶(vita contemplativa)을 모두 살아낸 인물로 조명했다 ........ 70인역의 창의적인 그리스어 번역은 필론의 작업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리스어판 오경의 친숙한 어휘 덕분에 필론은 모세의 일대기를 완성하면서 그를 낯선 고대 근동 종교의 이국적인 예언자가 아니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고전적인 네 가지 덕(지혜prudence, 절제temperance, 용기courage, 정의justice)을 온전히 구현한 인물로 그릴 수 있었다. 그리스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현자”와 잠언, 솔로몬의 지혜서 등에 나오는 “현자”, 이스라엘의 대예언자, 소예언자들이 외쳤던 “정의”가 모세라는 한 인물로 응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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