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역사적 예수”에 관한 책을 읽을 때 가장 많이 참조하는 책은 게르트 타이센과 아테네 메르츠가 지었고 다산글방에서 번역해 펴낸 『역사적 예수』입니다. 86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지만 일체의 장황함이나 중언부언 없이 역사적 예수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사와 현재의 쟁점을 각 주제별로 탁월하게 요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요한 주제들을 깔끔하게 요약하고 쟁점들의 차이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도표들은 ‘정리를 사랑하는’ 제가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듦니다. 역사적 예수연구의 동향을 잘 요약하고 있는 김진호 목사의 두 권의 저서 역시 그간 이 주제를 살필 때 즐겨 참조했던 책들입니다. 그 밖에도 최근 나온 역사적 예수 연구를 다루는 몇 권의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습니다(사진 1).
20년간 서가에 모셔 놓았다가 어제부터 펴들기 시작한 헤르베르트 브라운의 『예수와 그의 시대』같은 책을 읽을 때는 일단 해당 분야의 ‘족보’에서 저자가 어디쯤에 속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제가 사랑하는 『역사적 예수』가 빛을 발할 순간입니다. 1장 역사적 예수 연구사를 펴보니 저자인 헤르베르트 브라운의 이름이 “새로운 탐구” 세대에 속한 학자로 분류되어 있군요! 타이센에 따르면 그 말은 브라운이 “(예수 전승에서) 유대교와 원시 그리스도교에서 유래한 모든 것을 분리해낸다면 어떤 비판에도 안전한 최소한의 진정한 예수 전승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차이의 기준”을 복음서 전승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는 학자라는 뜻입니다(사진 2,3). 『예수와 그의 시대』를 읽으면서 브라운이 참된 예수전승을 판별하는 기준이 “비유사성의 원리(차이의 기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사진 4).
혹시나 해서 다른 책들도 펼쳐 보던 중 새물결플러스에서 나온 『역사적 예수 논쟁』에서도 브라운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브라운을 새 탐구 시대의 중요한 저자로 언급하며, 각주에서 바로 이 책 『예수와 그의 시대』를 주요 저서로 인용하고 있네요(사진 5). 새탐구에 속한 학자 중에는 귄터 보른캄이나 C.H. 도드, 에른스트 푹스, 노만 페린과 같이 제가 읽었거나 저서를 가지고 있는 학자들의 이름도 보입니다(사진 6) 그중 각주에 직접 인용된 브라운과 도드의 번역서는 오래 전에 절판되어 이제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 되었습니다(사진 7). 한때 "새로운 탐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학계를 주름잡았던 쟁쟁한 이름들이 이제는 소위 "제3의 탐구'에 밀려 옛 것이 되고 말았군요! 이제 저자와 책에 대한 파악이 끝났으니 열심히 읽기만 하면 되겠는데 ...... 글씨가 작아서 읽기 힘들다는 핑계로 이런 짓(?)만 하고 있습니다 ㅋㅋ
사진 1. "역사적 예수"소개서
사진 2. <역사적 예수>의 새로운 탐구 항목
사진 3. <역사적 예수>의 역사적 예수 연구사 요약 도표
사진 4. <예수와 그의 시대>에 나오는 "비유사성의 기준"
사진 5. <역사적 예수 논쟁>에 나오는 새탐구 시대의 중요한 인물들
사진 6. 새탐구 시대에 속한 학자들의 저술
사진 7. <역사적 예수 논쟁>의 각주에 나오는 두 권의 희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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