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금 바쁘기도 하고 연초에 야심차게 시작한 독서의 동력이 좀 떨어지려는 조짐도 보여서 게으름 방지 차원에서라도 한번쯤 이런 책 읽고 있고 (서 있는 친구들), 앞으로 읽겠다고 (누워 있는 친구들) 동네방네 떠들어야 할 시기가 된 듯 합니다. 사실 의지가 박약한데다가 주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페북에 대고 가끔 '나 살아서 이런 뻘짓 하고 있다' 고 떠드는 일이 게을러지려는 제 자신을 다잡는 최고의 수단인 것 같습니다~~ㅎㅎ
벌써 몇 개월째 붙들고 있는 바르트의 <로마서 주석>과 함께 하는 여정은 이제 거의 종착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 두툼한 책은 사실 바르트의 초기신학을 대표하는 ‘하나님은 하늘에, 사람은 땅에’, '위기', ‘제도로서의 종교 vs 사건으로서의 계시’ 와 같은 몇 가지 주요 주제의 거대하고 현란한 변주라고 할 만한 것이어서, 어느 정도 읽다 보면 특정 본문에 대해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예측(?) 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래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그의 강력한 ’선포‘를 듣는 것은 언제나 은혜로운 경험임에 틀림없지요. 앞으로도 천천히 조금씩 주의 깊게 음미해 가며 읽을 예정입니다.
지난 일주일간 씨름했던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 종말론이야말로 부록이 아닌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기에 그리스도교는 전적으로 그리고 완전히 종말론적인 희망이요 행진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하며, 십자가에 달린 자의 부활이 이 소망의 보증이 되었기에 그리스도를 신앙하는 자들은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죽음의 세상과 맞서야 한다는 그의 핵심 논지를 알아채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가 칸트에서부터 바르트 불트만 판넨베르크에 이르는 독일 교의학이나 성서학의 전통 뿐 아니라 랑케나 부르크하르트로 대표되는 독일 역사(철)학의 흐름과도 철저히 씨름하고 대결해가면서 그의 주장을 논증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가 넘어서려는 이 거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이 책은 전체가 거대한 수수께끼로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하여간 쉽지 않습니다.
클래식 음반산업의 산 증인 중 하나였던 저자가 그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제는 죽어가고 있는 이 위대한 문화에 조의를 표하고 있는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러운 죽음>은 젊은 시절부터 클래식을 들어 왔던 저를 슬프게 합니다. 몰트만이 거의 다 끝났으니 열심히 읽어 보렵니다.
재작년 살펴봤던 사무엘상에 이어 다시 시작했던 사무엘하 공부도 이제는 막바지로 접어들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며 그의 은혜를 간구하는 신앙인이자 동시에 탁월한 정치감각을 지닌 현실 정치가이기도 했던 매력적인 인간인 ‘다윗’ 과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 그리고 때로는 전혀 고상하지 않은 이 이야기들의 배후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이 말씀을 ‘뭘 좀 알게 된’ 나이가 되어 읽으니, 이전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재밌네요. 특별히 '이야기'라는 측면과 그 이야기 배후의 역사적 정황이라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본문을 잘 연구한 두 권의 좋은 주석서와, 분단한국이라는 삶의 정황 가운데 이 말씀들을 탁월하게 풀어주시는 두 분 목사님의 멋진 강해서와 함께라 더욱 즐겁습니다
이후로는 지난 번 읽었던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이어 전체주의에 대한 탁월한 연구서로 꼽힌다는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전체주의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영성, 음악, 여성>을 통해 ‘세속도시’에서 ‘성령운동’으로의 그야말로 놀라운 회심을 감행한 콕스의 이야기도 그의 다른 책 <종교의 미래>를 통해 좀 더 들어 보고 싶네요. 복음전도와 사회운동의 관계에 관한 귀한 통찰을 제공해줄 로날드 사이더의 책도, 즐거운 놀이와 상상력으로서의 신학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줄 구미정의 책도, 자기계발서의 허실을 통렬하게 파헤쳤다는 이원석의 책도 읽어 봐야겠습니다. 기부를 빈곤해결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피터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와 워싱턴 비전케어의 지나 집사님이 제게 직접 권해주신 <연을 쫒는 아이> 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입니다. 그리고 다윗 이야기를 마친 후에는 오랜만에 대선지서 중 한 권 - 이사야 아니면 에스겔? - 을 다시 공부하렵니다. 써 놓고 보니 갈 길이 멉니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자 이제 다시한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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