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스스로 걸어들어갔던 ‘유리감옥’에서 조금 전 열시 반쯤 제발로 걸어 나왔습니다. 식사하느라, 화장실 가느라, 잠시 쉬느라 가끔 탈옥을 감행하기도 했지만 하루 종일 갇혀 있으면서 3권으로 된 <과학자들>의 남은 부분을 다 읽었고, 이사야서도 열심히 공부했으며, 존 스토트와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지은 <선교란 무엇인가>와 앤드루 월스의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도 일부 읽었으니 상당히 보람 있고 열매도 많았던 자발적 감옥행이었다고 평가할 만 하겠습니다!
<선교란 무엇인가>는 과거 성광문화사에서 나왔던 존 스토트의 고전인 <現代基督敎 宣敎>에 그의 제자이자 동료인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각 장마다 해설과 비평을 덧붙여 새로 펴낸 책입니다. 1991년 스토트의 책을 처음 읽으면서 그가 제시한 선교에 대한 총제적 관점에 깊이 공감했고 한참 후에 접한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 백성의 선교>역시 매우 인상적이었기에 이 책이 나오자마자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바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스토트의 글을 읽으며 그가 젊은 시절의 제 신앙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끼쳤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한 세대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일까요? 그렇게 신선해 보였던 그의 생각도 지금의 제게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만큼 제 신앙의 지평이 넓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세속’과 ‘자유주의’에 물들어 타락해 버린 것일까요?
앤드류 월스의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은 최근 제가 구입한 책 중 가장 관심이 가는 신간입니다. 마크 놀의 <나는 왜 세계기독교인이 되었는가>를 읽고 “유레카”를 외쳤고 그 이후로 ‘기독교 세계관’에서 ‘세계기독교’로의 ‘회심’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큽니다. 오늘은 시간관계상 서문만 읽고 말았지만 앞으로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분야의 또다른 중요한 책으로 꼽힌다는 필립 젠킨스의 <신의 미래>까지 쭉 읽어나갈 예정입니다.
한참 지지부진했던 이사야 공부는 요즘들어 약간 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참고하고 있는 여러 주석 중 존 오스왈트의 NICOT와 NIVAC를 읽어가면서 참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수적인 학자답게 본문의 역사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각 본문들이 형성된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이나 ‘삶의 자리’에 대한 관심은 희박하거나 피상적이고, 본문의 내용을 상당 수준 탈역사화 탈맥락화 탈사회화해 거의 대부분 개인 윤리를 위한 지침으로 환원해내는 능력이 상당히 놀랍습니다. 읽다 보면 딱 미국의 대중적이고 보수적인 몇몇 신칼빈주의 설교자들(예를 들면 두 명의 존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제법 있습니다. 아직 갈길이 머니 더 살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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