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재개했던 오프라인 예배를 코로나 때문에 또다시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두 번째 주말입니다. 어제 일터에서 복귀해 집에 콕 박혀있다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잠시 온라인 예배를 드린 것 외에는 하루종일 가져온 책 두 권 읽고 리뷰 쓰면서 집 안에서 뒹굴거렸습니다. 조금 전 집에서 나와 가족들과 한번 더 인사하고 터미널 안에 있는 서점에서 책 네 권 사서 일터로 복귀중입니다.
교회 안가는 주일이 계속되니 푹 쉬어 몸이 편하고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주일날 교회에서 이뤄지는 교제가 사적 만남의 거의 전부인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지루하고 심심하기도 하네요. 그런데 매주 만나던 분들과의 교재가 많이 아쉬운 것과는 달리, 솔직히 온라인 예배나 설교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낯섦이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교회 대다수의 성도가 소속된 중형 이상의 교회에서는 목회자와 성도가 얼굴과 얼굴을 맞댄 채 육성으로 설교하거나 개인적 교재를 나누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영상기기나 음향기기나 전자악기 같은 다양한 '매체'들의 도움을 통해 드려지는 오프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성도들이, 소셜 미디어라는 또다른 익숙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온라인 예배를 완전히 낯설거나 질적으로 전혀 다른 예배라고 느끼게 될까요? 사실은 코로나 이전부터 중형교회 이상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오프라인 예배가 존재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온라인 예배에는 '공동체'가 없다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설교자와 일대일로만 대면하도록 설계된 극장식 예배당에서 설교자의 선포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만 허용될 뿐, 옆에 있는 청중들과의 어떠한 커뮤니케이션도 불경시되는 지금의 오프라인 예배가, 성도의 입장에서 과연 집에서 홀로 드리는 온라인 예배와 얼마나 다른 경험이 될까요? 코로나 이전에도 이런 시스템 아래서 예배드렸던 성도들은 설교자와 홀로 마주한 '관객'이나 '청중'에 가까왔을 뿐, 스스로를 상호간에 활발히 상호작용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성도들이 생각보다 온라인 예배나 설교에 대해 그다지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반응해 줄 청중이 사라진 초유의 상황에 처한 목회자들에 비해,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유사한 상황에 익숙해져 있던 평신도들이 느끼는 이질감과 거북함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교회가 새 포도주를 담을 어떤 부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급합니다. 설마 “여기가 좋사오니”를 외치며 사방이 막힌 게토 안에 주저앉아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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