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저서/믿묻딸 - 서평

차현정님 서평 - 얇지만 두꺼운 책 :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를 읽고 (2023년 5월 9일)

by 서음인 2023. 7. 12.

해박한 지식으로 다정하게 말을 거는 책이었다.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라는 제목처럼 사랑하는 딸의 진지한 질문 앞에 아빠는 오래도록 사유하고 손때 묻은 책들을 넘겨 길어올린 답들을 해준다. 방식은 다정했고, 사유는 깊었다. 애서가이자 서평가로 이름 난 저자 답게 추천하는 책의 면면이 다양했다. 도대체 이런 답을 내놓으려고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한 것인지 질투가 났다. 그래서 내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저자의 추천 도서 목록들이 있다.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은 나의 자제력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23가지 각기 다른 질문이지만 그 답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재의 그리스도인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점에 있다. 대표적으로 기독교의 오랜 전통인 부활에 대한 답조차도 내세가 아닌 지금 여기의 제자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또한 저자가 마치 금광을 캐듯, 질문에서 부활이 언급되는 역사적 맥락까지 살펴 알려 주는 친절함에 신뢰가 갔다.

 

나 같이 신앙에는 목마르지만, 일반 그리스도인 독자 입장에서는 기독교 변증이라는 것이 목사님들이나 신학자들만을 위한 담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선교단체 생활을 해본 경험으로는 그 곳에서 나의 지식을 뽐내기 용으로 책을 사서 모으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 기독교 교양서적으로, 또 때론 변증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때문에 분량은 얇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두껍다.

 

오래되어 익숙하지만 기존 교회 문법에는 더 이상 맞지 않게 된 신자. 그것이 내 신앙의 현주소다. 다정하고 사랑 많은 교회의 언어와 예수님에 대한 말씀으로 교회에 발걸음을 했다. 은사주의를 경험하고, 뜻하지 않게 근본주의 신학과도 조우했다. 보수와 진보를 헤매면서 몸부림쳐 온 나에게 저자의 말들은 따뜻하고 신뢰로웠다. 내 기독교 신앙을 뒤돌아보게 했다.

 

좋은 변증서, 좋은 교양서의 조건은 그것 아닐까? 저자가 추천해주는 책에 손이 가고, 나 역시도 저자가 안내하는 기독교의 심오한 심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 세월이 흐르면서 교회를 다니지만 더 이상 가슴이 뛰지는 않는 정상인이 된 나에게 이 책은 신앙의 다른 세계에 대한 눈을 열어준다. 답이 정해져 있는 교조주의는 폭력적이지만 안전하다. 의심하고 사유하고 흔들리는 것은 불안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질문하는 신앙, 오늘을 살아가는 믿음, 어린아이의 신앙이 아니라 만져지는 것이 없고 감각 되는 것이 없어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 이런 것들이 성숙한 어른의 신앙이라 여겨진다. 저자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빨간 약을 먹고 가슴이 식어버린 나에게 신앙의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어떤 이에게는 복음이 사실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복음이 은유다. 그 종류는 다를지언정 복음의 본질은 사랑과 환대와 소망의 이야기다. 소망 없는 이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구원의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부끄러운 내게도 소망이 되길 바래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