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답변은 독특합니다. 딸의 당돌한 질문이 저자의 응축된 언어를 이끌어 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어떤 사유의 여정을 거치게 되었는지 숨기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렇습니다.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신에게 나침반 내지는 표지판이 되어주었던 다른 학자들, 연구자들을 빼놓지 않고 언급합니다. 여기서 이상하게 저자의 겸허한 마음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참 이상한 일).
그런 면에서 말투는 상냥하지만, 내용과 형식은 정교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저자는 딸에게 자신의 스승들을 소개하는 셈입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모호한 지점들이 명료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더 깊은 공부로 나아갈 수 있는 지도를 획득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딸의 질문이 당돌하니 각오하라는 듯 말합니다. 이는 저자의 속내가 드러나는 당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수 교단에 속해 있는 성도로서 진정성을 담은 글을 공개적으로 내어 놓는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니까요. 그런 면에서 딸의 질문에 답하는 아버지 역할(자리)은 탁월한 선택입니다. 저자의 확신에 찬 표현들, 단호한 어투도 특별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어쩌면 아버지의 말투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는 첫 번째 주제에서 성서를 탐구하는 일이 즐거운 놀이가 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성서의 복잡함과 난해함을 질문하는 딸의 질문에서 나온 작은 결론입니다. 사실 저자 자신이 그러했기 때문에 의사와 NGO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신학적 사유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얇은 책의 무게에 놀라서 그렇습니다. 자, 이제 저도 놀이… 를 하러 가보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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