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하면서 읽었다.
동시대에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지는 의문과 회의에 대해서 이토록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책이 있었던가?
딸이 했다는 질문은 나의 질문과 겹치는 경우가 많았고, 폭넓게 독서하고 사고한 저자가 두려움 없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게된다.
말랑한 제목과 말랑한 정서가 없는 것은 아니나, 내용은 이 시대의 난제들을 향한 거침없는 진전의 모양새다.
그러하다보니, 마음 불편해 할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평신도가 신학적 사유를 하는 것이 불편해하며, 이러한 사유가 교회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움직일까 하여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나도 책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이야기해도 되나?’ 하는 의문과 함께 가려운 곳을 명확하게 드러내어주는 시원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 안에 게으른 도그마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 있는지를 살피게 되었다.
오랜만에 나를 뒤흔드는 문장들도 만났다.
공부하고 싶은 주제들도 만나게 되었다.
이를테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세계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내 안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책이 책을 부르는 이러한 시너지가 좋다.
책을 마치면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워야 할 집단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단다. 성서 읽기란 결국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인간이 결코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텍스트와 만나 파편적이고 불완전한 오브제를 얻어내는 행위라는 사실 그리고 성서 읽기의 목표는 성서 텍스트에 완벽하게 도달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 그 텍스트의 조각들을 바탕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좀 더 새롭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써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긴다면 우리는 좀 더 겸손하고 좀 더 자유로우며 좀 더 창조적인 성서 독자요 해석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굳어진 도그마의 포로가 되어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박제된 교인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살아있고 역동적인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동의한다.
불안하고 모든 것이 흔들리는 이러한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은 더 넓게 사고하고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무너짐에 대한 공포와 싸워가며 새로운 존재가 되어가야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의문과 회의를 경험하는 길동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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