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는 과거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문학과 지성사), "문명과 바다"(산처럼) 등의 책을 통해 만났고, 학문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유려하고 재미있는 서술로 역사를 '읽는' 즐거움을 누렸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도 그는 당대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들을 역사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시대를 읽어내는 키워드들을 뽑아낸다.
예를 들면 “트리즈탄과 이졸데”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서구문명의 특징이 되는 개인주의의 맹아를 찾아낸다던가, “보물섬”을 읽으면서 당대를 지배하던 제국주의적 사고를 지적한다던가, “드라큘라”를 통해 서구가 동구에 대해 가지는 왜곡된 시각을 발견하는 식이다. 결국 우리는 역사와 시대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선은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시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 준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역사적 기록들이 가해자의 입장에서 희생자를 ‘죄인’으로 낙인찍고 있지만, 오직 성경만은 ‘희생양’의 관점에서 서술됨으로서 진실을 획득하고 있다고 본 르네 지라르의 관점 -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문학과 지성사) - 은 이러한 시각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성경텍스트에 내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기야 ‘성공’과 ‘능력’과 ‘파워’ 를 찬양하는 오늘날의 교회에 그런 이야기의 씨알이 먹힐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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