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심히 정리했던 책들의 주제는 “한국사회와 한국저자들”입니다. 흔히 서구사회가 ‘심심한 천국’이라면 한국사회는 ‘재밌는 지옥’이라고들 합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온갖 새롭고 신기하고 황당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역동성으로 가득한 한국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재밌는 지옥’을 자세히 묘사하고 안내하는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현대판 “신곡”들을 읽는 일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 독서생활을 돌아보니 리영희, 신영복, 강준만, 진중권, 유시민, 고종석 같은 당대의 논객들과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하고 소망하며 살아 왔던 한세월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주제의 책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한국 보수의 지적 빈약함입니다. 아스팔트 보수로 대변되는 기층 보수의 무식함과 폭력성이야 예로부터 유명합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소위 지식사회야말로 그 사정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도대체 한국에 존 롤스와 칼 포퍼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 고종석 정도를 빼고는(그나마 한국에서 시중의 장삼이사가 고종석 정도의 견해를 밝힌다면 당장 좌파로 몰릴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진지하게 읽을 만한 보수 진영의 책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요? 그렇게 보수의 가치가 소중하다면 권력의 온갖 비호를 받아가면서도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 하나를 만들 실력조차 없는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고 제발 공부 좀 해서 저 같은 진짜 보수가 읽고 공감할 만한 책들 좀 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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