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청년사역을 하시는 어떤 목사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분은 신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카네기 인생론을 벽장 속에 치워버렸다고 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있는데 무슨 인생론 나부랑이냐면서. 그런데 그분이 청년사역을 시작하고 나니 벽장 속에 치워 버렸던 카네기 인생론에 저절로 손이 다시 가더란다. 성경은 좀 알지 모르지만 인간을 너무 모른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별히 기독교 신앙을 제자도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일견 성경이라기보다는 카네기 인생론류의 처세학 교과서와 더 닮은 것처럼 보이는 잠언서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지 않았을까? 나를 포함해서 잠언서의 메시지를 성경 전체의 가르침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지혜서를 읽을 것인가 (데릭 키드너 지음, IVP 펴냄), 복음과 지혜 (그레엄 골즈워디 지음, 성서유니온 펴냄) 과 함께라면 더 좋다.
(1) 잠언서에서 말하는 지혜의 개념은 일차적으로는 각각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제적인 지식, 즉 삶의 기술이며 우리는 잠언서를 읽으면서 인생을 지혜롭게 항해해가는 능력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잠언의 메시지는 모든 상황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진리가 아니며, 적절한 시간과 상황에 적용되었을 때 유효한 상황적 원리이다. 따라서 이 원리들을 모든 상황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2) 독자는 잠언서 전체를 읽어나가기 전에 먼저 1-9장의 주제인 지혜 여인과 우매 여인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선택은 사실 ‘여호와와 열방의 거짓 신들 중 누구를 따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며, 이 선택이 잠언서의 나머지 교훈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 전제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야말로 잠언서 지혜의 근본이며,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면 세상에 대한 참된 통찰도 있을 수 없다.
(3) 죄란 창조세계의 질서를 깨는 것이며, 하나님과 인간과 창조세계의 조화를 이루는 관계가 무너진 상태이다. 율법이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라는 문맥에서 이 왜곡된 질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면, 지혜는 일차적으로 창조라는 문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는 죄로 인해 혼돈된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잠언서가 가르쳐주는 지혜를 통해 하나님과 이웃, 창조된 세상과 바른 관계를 맺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성경 전체는 하나의 유기체이기에 우리는 잠언서의 낙관적인 메시지를 반드시 욥기나 전도서의 비관적 가르침과 함께 살펴야 한다. 또한 잠언서가 전반적으로 인생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잠언서 내에도 냉혹한 삶의 현실에 대한 엄밀한 관찰과 인생이 반드시 흑백의 기조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5) 잠언은 일차적으로 기록된 당대의 정황 속에서 읽고 연구되어야 하지만, 신약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잠언의 메시지를 신약 성경의 빛 아래서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로 묘사된 예수님과 잠언의 지혜를 문자적으로 동일시해서는 안 되지만, 신약에서 예수님과 지혜를 연결시키는 방식이 예수님이 하나님 지혜의 체현이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지혜 여인을 품는다는 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와 관계를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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