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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저자/비판적 켈러읽기

팀 켈러 읽기 (2) 학 vs 아가미

by 서음인 2018. 2. 23.

원 글 

지난 주말에 산 팀 켈러 책 다섯 권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제법 두꺼운 책들이 많지만, 내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다 두란노에서 큼직한 글자와 넓직한 행간으로 시원스럽게(?) 편집해 주셔서인지 읽는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네요. 전체적인 총평은 다 읽은 후에 한번 더 올리도록 하고 오늘은 독서중 눈에 띤 그의 흥미로운 태도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아직 남은 분량이 많아 딴짓 말고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 뭔가 이야기거리만 생기면 페북 생각이 나니 이것도 큰 병이로군요 ㅋㅋ

그는 <센터처치>에서 '선교적 교회'에 대해 한 장을 할애하여 꽤 자세히 설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교회를 진지하게 찾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켈러 자신은 선교적 교회가 '이머징 교회나 에큐메니칼 운동, 칼 바르트와 관련'이 있고, '정의하기가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이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에게 공감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진 2)

또한 <정의란 무엇인가>의 각주에서는 자신이 예수님이 가르치신 정의를 논하면서 '하나님 나라'에 대해 다루지 않는 것에 대해 놀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하나님 나라 개념에는 지금까지 논의해 온 정의 개념과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기독교 사상가들 사이에 '이 주제에 대해 보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너무도 복잡한 주제여서 제한된 지면에 다룰 수 없다'는 이유로,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를 최대한 피하면서 정의에 대해 다루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조나단 에드워드는 대속, 중보, 은혜를 통한 구원 등 전통적인 핵심 교리만 가지고도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사역에 대해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주장했다고 강조합니다. (사진 3,4,5)

이머징 교회나 하나님 나라와 같은 최근(?)의 신학적 논의를 때로는 꽤 자세히 언급하고 그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런 주제들에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직접 다루지 않겠다고 선을 한번 그어주는 그의 태도는, "건전하고 정통적인 교리"의 바깥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 일체의 논란도 불러일으키지 않겠다는 조심성의 발로일까요? 아니면 그가 <탕부 하나님>에서 언급한 "신학적으로 건전하고 철저히 정통적이면서도 동시에 한결같이 은혜로운 상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야 말겠다는 신념의 소산일까요?

철학자 김영민 선생님은 그의 책 <공부론>에서 참된 공부란 “학같이 긴 다리로 물가를 노닐면서 물고기만 쪼아 먹는” 영리한 사람의 것이라기보다는 “(타자의) 물속에 몸을 너무 깊이 잠근 나머지 혹간 몸에 지느러미가 돋고 아기미가 생기기도 하는” 현명한 인간의 몫이며, “익사의 공포를 뚫고 범람하는 타자의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지며 피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핀 바로 팀 켈러는 선하고 신실하며 지적일 뿐 아니라 정의감까지 갖춘 훌륭한 목회자요 설교자요 교사인 것으로 보이지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결코 몸에 아가미가 생기거나 익사의 가능성에 노출되는 것까지 감수할 분 같지는 않습니다. 하기야 그래서 보수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켈러를 안심하고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 그런데 ..... 마지막으로 한 가지, 21세기의 신학적 지형에서 성경의 정의에 대해 진지하고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 많은 분들이 공관복음서의 핵심 개념 중 하나라고 강조하는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댓글 

CHW 잘은 모르지만 일단 하나님 나라라는 성서신학적인 주제가 이분이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조직신학의 체계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좀 다루기가 불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분 설교를 한편 읽어봤는데 상당히 교리적 색채가 강하더라고요. 좀더 읽어보고 판단해야겠습니다.

CHW 제가 볼때 이분은 어떤 논의를 다루더라도 전통적인 개혁주의 조직신학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태도가 목회자로서 조심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꼭 안전판을 하나 만들어 놓는다고 느껴지기도 하네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렇게 느꼈다는 뜻입니다.

CHW  말씀하신대로 이분이 하나님 나라나 선교적 교회의 내용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느낀 것은 보수적 개혁주의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상황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보수적 개혁주의 교단에 속해 있고 신학자가 아닌 목회자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눈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요^^

PYH 팀 켈러에 대한 아주 적절한 분석이십니다! 팀 스스로는 보수적인 교리의 수호자라기 보다는 보수와 진보 양 쪽을 다 알면서, 양자를 잇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보수 쪽 사람으로서 그 쪽 사람들은 진보 쪽 담론으로 일 인치라도 끌고 가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그런 점에서 자기 몸에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생기는 것은 팀 켈러에게는 최악이지요. 김영민 선생님과 팀 켈러 목사님은 공부의 목표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positioning is everything! 혹은 포지션에 대한 자의식이 모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같은 신학적 논의를 해도, 페북에 글 쓰는 분들, 강의하는 분들, 설교하는 분들... 그리고 그 청중과 독자들에 따라 다 다르니까요. 팀 켈러의 성공은 갖고 있는 컨텐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명민한 인식으로 봅니다. 어쩌면 우리가 답답해하는 그 부분이 바로 그의 성공 포인트일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배울 만큼 배우고, 미국 보수 기독교라는 그의 틀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하고....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토양에서 팀 켈러를 읽기도 하고, 권하기도 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CHW 포지션에 대한 명민한 인식이 성공의 이유 중 하나라는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아예 대놓고 보수도 아니고 미국 복음주의권에서 상당히 세련된 분으로 알려진 목회자가 이머징교회는 그렇다 쳐도 하나님나라 논의조차 자신의 이야기에 끌어들이기를 주저하는 태도에는 좀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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