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백내장 수술이 잡힌 환자는 두분입니다. 한분은 아흔 살이 넘으셨고 다른 한분은 아흔을 바라보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첫 번째 환자는 "이 개 자제분아. 왜 나를 여기로 끌고와서 죽이려고 하느냐. 그만 하고 차라리 날 죽여라!"를 포함해 독립투사를 고문하는 일본 순사나 얻어먹을 법한 온갖 험악한 욕을 수술 내내 선사하셨고, 두번째 환자분은 눈에 물만 뿌려도 아프다고 온갖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트시니 평소보다 세배 가까운 시간을 수술실에서 보내고서야 겨우 장갑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일년에 한두 번 정도 있을까말까한 일을 오늘 연속으로 두번이나 겪었네요. 아마 수명이 한 시간 정도는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두분 다 수술이 잘 끝났고, 수술 끝난 후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시며 고맙다는 인사까지 '존대말로' 남기고 집으로 향하셨으니 오늘도 무탈하고 감사한 하루입니다. 그나저나 욕을 하도 먹어서인지 점심 시간인데 밥맛도 별로 없네요 ㅋㅋ
PS 저를 독립운동가를 고문하는 일제의 순사(?)로 취급하셨던 환자분은 다음날 오셔서 반대쪽 눈도 수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욕 포함 별 말씀 안하시고 수술 잘 받으셨네요. 오늘까지 욕을 먹었으면 정말 오래살 뻔 했는데 살짝 아쉽다고 해야 할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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