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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성경연구단상

이사야 21:9에 대한 NICOT의 주해 유감

by 서음인 2018. 11. 10.

이사야 공부를 하면서 미국의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존 오스왈트의 두 주석인 NICOTNIVAC를 계속 참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 NICOT는 결론은 언제나 예외 없이 전통적이고 보수적이지만 그래도 논쟁이 되는 부분에서는 반드시 다양한 견해들을 전부 소개하면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 잘 연구되고 유용한 주석입니다. 그런데 저자가 목회자이기도 해서 그런지 자꾸 주석이 장황한 설교로 바뀔 때가 있고, 본문에 대한 주석은 설령 동의되지 않더라도 학문적 견해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주해 중간중간에 사족처럼 붙어있는 설교들은 꽤 자주 짜증을 유발합니다.

오늘은 이사야 219절을 주해한 부분이 특히 신경을 거스릅니다. “인간의 "교만의 성"...... 런던이나 드레스덴이나 히로시마가 무너질 때 우리의 인간적인 허세도 함께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네요. 아마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처절하게 파괴되거나 심지어 핵공격을 받기까지 한 도시들을 "교만의 성"으로 규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저분에게 누군가 인간의 교만의 성인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911 테러로) 무너질 때 우리의 인간적인 허세도 함께 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의 두꺼운 주석 두 권을 지금까지 쭉 읽어온 제 판단으로는 저분이 그 말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이나 드레스덴에서 폭격의 참화를 겪었거나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에 살았거나 2002911 참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교만의 성인 런던 드레스덴 히로시마...." 운운하는 저 놀라운 말을 결코 저자처럼 쉽게 입에 담지는 못할 겁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폭력과 학살 자체에 반대하는가, 아니면 '상대방'의 학살에 대해서만 반대하는가"라는 수잔 손탁의 질문과, 펜대를 굴려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했던 아이히만이 저질렀던 극악한 죄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기의 무능력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의 무능력이었다는 한나 아렌트의 일갈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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