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리 덜레스의 유명한 책 『교회의 모델』을 읽던 중 ‘사신(herald) 으로서의 교회’ 항목에서 “하이데거의 후기 작품들에 나타나는 언어 철학에 근거하고 있는 소위 후기 불트만주의자들”인 훅스(Ernst Fuchs)와 에벨링(Gerhard Ebeling)의 이름을 접했습니다. 교회를 구성하는 것은 되풀이해서 발생하는 선포라는 “언어-사건(language event)”이며, 기독교의 선포는 그리스도의 몸을 소집하고 구성하는 언어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사진 2).
그런데 이 두 학자는 비유해석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비유를 “실존을 변화시키는 언어사건”으로 간주하는 ‘해석학적’, 또는 ‘성례전적’ 비유이해와 관련해 반드시 듣게 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저야 전문가가 아니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요즘에는 그 후로 나온 ‘시적’ 혹은 ‘미학적’ 비유이해나 ‘사회사적’ 비유이해에 밀려 조금 옛 방식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사진 3).
하여간 이 이름들을 보는 순간 떠오른 한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이 두 학자의 이름이 제목으로 달린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신학자 평전 시리즈입니다(사진 1). 오래전에 일단 사 놓긴 했습니다만 사실 이런 책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절대 펴보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서가에서 꺼내 목차를 살펴보니 상당히 흥미롭네요(사진 4). 그런데 저자이름이 뭔가 낯익다 했더니 ..... 이런! 요즘 수구적 행보나 세습방지법 같은 이러저러한 일로 명성이 자자하신 바로 “그분”이로군요. 확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만, 책이 뭔 죄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저자가 그런 일들로 “명성”을 얻기 전에 나온 책이니 그냥 읽어보는 걸로(사진 5) ㅎㅎ
# 어떤 페친의 제보에 의하면 <혹스 & 에벨링>이 심각한 표절의혹이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고민이 깊어지는군요!
(사진 1) 두 권의 책
(사진 2) <교회의 모델>에서 소개하는 훅스와 에벨링
(사진 3) 비유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
(사진 4) 혹스 에벨링의 목차
(사진 5) 저자와 인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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