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의 화두는 단연코 “부흥” 이며, 가장 각광받는 부흥의 코드는 바로 “성령” 일 것이다. 방언과 신유의 체험을 위한 은사집회들이 성황을 이루는가 하면, 예언과 환상, 신비체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는 이성과 이데올로기의 우상이 무너지고 감성과 영성이 새로운 우상으로 떠오른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시대적 토양에, 교회성장의 한계를 성령운동으로 극복하려는 부흥의 욕구들이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고신대학 조직신학 교수인 저자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성령운동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무질서와 혼란에 대해 성경적으로 분석하고, 말씀이 가르치는 참된 성령의 얼굴을 재발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환상과 신비체험을 추구하면서 성령의 자유로운 역사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논리로 성경적 검증과 분별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계시의 말씀을 통해 사람들을 믿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하나님은 이제 예언과 기적이 아니라 복음의 세미한 음성 가운데 말씀하신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복음의 말씀을 듣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환상과 기적을 통해서도 믿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자신이 원하면 아무 때나 예언을 해준다는 자칭 예언자들에 대해 성령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호출하여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인간의 하수인으로 삼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주님이 말씀하셨다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성령은 얼굴을 감추시는 인격으로, 참된 성령운동은 곧 예수운동이며 참된 성령집회를 통해서는 성령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만이 드러나게 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성령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는 잘못된 것이며, 성경이 가르치는 올바른 기도는 “성령 안에서 성부의 이름으로 성자에게 기도”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성령의 역사라고 보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며, 기적이 일시적인 흥미를 유발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지만, 참된 변화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과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고 지적한다. 성령의 열매 없이 성령의 은사와 능력만을 추구하는 행위는 결국 십자가 없는 부활과 권능을 추구하는 것으로, 성령을 존중해야 할 인격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종교적 욕망을 만족시키는 도구로 삼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또한 저자는 치유의 은사 자체에 대해서는 하나님 나라가 능력으로 임하는 표지요, 새 창조의 표징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의 치유신학은 십자가의 중심성이 사라지고 영광의 신학만이 남아, 믿고 선포하면 고쳐 주신다는 믿음 만능주의의 오류에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질병과 고난이란 때로 하나님과 우리를 이어 주는 조임쇠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궁극적인 육체적 영적 치유는 결국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서 이루어지리리는 종말론적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부진한 말씀사역의 돌파구를 치유 사역에서 찾으려고 하는 일부 경향에 대해 경계하면서, 치유 사역자들은 치유의 결과를 과장하지 말고 겸손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의 은사를 자신의 종교적, 개인적 야욕을 만족시키기 위함이 아닌 오직 교회의 유익을 위해 사용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저자는 방언에 대해서는 하늘 문을 여는 은혜의 통로라는 극단적인 긍정과 방언의 은사는 오늘날 소멸되었다는 은사 중지론을 모두 비판하면서 방언 자체는 오늘날에도 사모하고 추구해야 할 귀한 은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성도들에게 각각 나누어 주시는 많은 은사의 하나일 뿐 영적 성숙의 필수적 표지이거나 더 특수한 은혜의 통로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방언열풍이 손쉽게 영적 침체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평신도들의 욕구와, 지지부진한 부흥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사역자의 불건전한 열망이 합쳐져 나타난 것으로, 영적 열등감이나 우월의식을 조장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방언의 은사를 가진 사람들이 타인에게 방언을 강권하는 무례함을 범해서는 안 되며, 겸손하게 덕을 세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권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성령세례의 교리는 성령이 거의 계시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현대교회의 영적현실에서 나온 일종의 변종 복음이요 충격 요법으로, 성경에 근거한 것은 아니며, 2차적 성령세례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도행전의 몇몇 본문들도 사실은 복음을 믿을 때 성령을 받는다는 정상적인 사례임을 입증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령이 다시 임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을 때 이미 우리 가운데 임하신 성령께로 회개하며 돌이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 성령운동의 문제는 저자의 말대로 성령님과 항상 동행하고 그분에 의해 전적으로 주관되는 삶을 추구하기 보다는, 성령을 자신의 종교적, 개인적 열망을 추구하기 위한 능력과 은사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십자가 없는 오순절, 고난 없는 영광, 순종 없는 부흥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정신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성령의 충만을 원하고, 부흥을 사모한다면 하나님의 계시와 그 말씀이 가리키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돌아가서, 그분의 제자가 되어 십자가의 길을 걷는 것 외에는 어떤 방법도 지름길도 없다. 사도바울의 말대로 미련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십자가의 도" 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구원의 길이요, 그 길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제자들의 참된 능력이기 때문이다. 오직 그리스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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