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내내 '두날개' 탐구의 과정에서 은사주의와 영적 전쟁, 신사도운동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가면서 복음주의 운동에 대한 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고 바른 신앙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신학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의 이 책, 현대 복음주의를 집어든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전에 슐라이에르마허의 신학사상 (한국신학연구소) 과 현대신학 논쟁 (두란노), 종말론 논쟁 (두란노) 등으로 이미 나와 만났던 저자는 그 책들에서처럼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교수로 섬기고 있는 저자는 현대 복음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그 핵심은 바로 정체성의 위기와 반지성주의라고 진단한다. 그 중 정체성의 위기는 주로 역사적 유산에 대한 무관심에 기인하는 것이며, 따라서 복음주의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대로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 복음주의의 뿌리에 해당하는 종교개혁과 청교도 운동 그리고 경건주의 운동에 대해 설명한 후 현대 복음주의의 주요 흐름인 근본주의와 진보적 복음주의, 성결운동, 오순절주의, 그리고 복음주의의 사촌쯤 되는 신정통주의에 대해 각각 한 장씩을 할애하여 서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 복음주의 신학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성경과 성서 영감론, 영성과 종교적 경혐, 종말론과 종교 다원주의 등의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한 저자는 복음주의가 가지는 최대 취약점이자 '복음주의의 스캔들' 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반지성주의에 대해 지적하면서, 복음주의는 기본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뿌리를 둔 신앙운동으로, 그들의 취향에 맞는 신앙운동으로 발전하여 대중적 차원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진지한 지성 생활을 유지하는 대는 실패하였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주로 기독교 신앙을 삶이나 내적 상태로 정의하고 신념체계로서의 신학의 중요성을 도외시했던 경건주의나 부흥운동의 영향 탓으로 돌린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이 현대 복음주의 교회에서 정서적인 요소를 크게 강조하고 교리적인 면이 약화되는 현상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지성을 존중했던 종교개혁이나 청교도 운동의 전통을 따라 복음주의적 지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복음주의가 (1) 칼빈에서 시작하여 정통주의, 청교도운동, 세대주의, 근본주의로 이어지는 교리적 복음주의와 (2) 루터에서 시작하여 경건주의, 부흥운동, 성결운동, 오순절 운동으로 이어지는 체험적 복음주의의 두 흐름으로 나눠진다고 설명한다. 체험을 강조하는 웨슬리 신앙, 그중에서도 성결교의 전통에 속해 있는 저자의 이 책은 저자의 분류에 의하면 교리적 복음주의 흐름에 속한 개혁주의의 신앙적 토양에서 자란 나에게 조금은 낮선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복음주의 운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오늘날 복음주의가 지나치게 정서적, 감정적으로 흐르면서 지성적, 신학적 측면이 약화되고 있고, 그것이 현대 복음주의 신앙의 위기의 근원이라는 저자의 분석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된다. 참된 기독교 신앙이란 결국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제대로 된 신학 (orthodoxy) 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종교적 체험이나 감정 (orthopathy) 이란 그 위에 신앙을 세우기에는 상당히 위태로운 기초가 아니겠는가?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는 체험이나 신앙적 열정의 부족이 아닌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의 부재, 제대로 된 신학의 부재가 그 본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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