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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철학

형성과정에 있는 종교 (A.N 화이트헤드 지음, 동과 서 刊)

by 서음인 2016. 6. 1.

탁월한 수학자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명으로,  현대신학의 가장 강력한 지류 중 하나인 과정신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화이트헤드의 대표적인 종교철학서인 이 책을 읽는 것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이 비교적 얇은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집어던지고 싶었던지... 과거에 읽었던 몇 권의 현대신학 소개서들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된 독서가란 모름지기 자신의 능력에 넘치는 책을  끈기있게 읽어 내는 경험을 통해 귀한 성취감은 물론 지적 도약을 이루어 내기도 하는 법! 아마도 이 어려운 경험이 내 독서생활의 귀한 자양분이 되리라고 스스로 자위해 본다. 이 철학자의 사상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기술하는 것은 내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보았다.

 

1. 그에게 있어 종교란  '인간의 고독과 함께 하는 행하는 것' 이며 소수자의 '직관적 통찰' 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수자의 직관이 바탕이 되어 사회화되면서 관행으로 굳어지고, 이 관행이 특정한 정서와 관련되면서 하나의 신념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 곧 종교의 역사적 발전과정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과 신념이 굳어져서 자기 만족에 빠져 변화를 거부하게 되면 결국 퇴보와 악의 원천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진정한 종교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장 예민한 종교적 체험을 가진 사람의 체험이 보편화되어 사물들의 본질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세계의식으로 발전됨으로 전 인류의 공동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합리주의적 종교로의 발전이 요구된다고 한다.

 

2. 그의 하나님은 절대군주로서의 두려운 하나님이 아닌 사랑과 인내 그리고 설득에 의해 역사하는 신이다.  하나님은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절대적 초월적 존재가 아니고 세계와 상호 의존적이며, 세계와 함께 고통받는 자요, 세계의 위대한 반려로서 세계와 함께 새로운 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하나님의 전능이란 현재적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이다.  

 

3. 종교의 교리란 개인의 종교적 경험을 명료하게 해주는 하나의 양식이며, 따라서 종교의 영감들을 그 자신의 교리 안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교리란 기껏해야 진리의 단편에 불과하며 협소하고 제한적이며 일시적인 것이다. 어떠한 종교나 교리도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며 그 모두는 형성과 발전의 과정 가운데 있다.

 

과정신학자들은 화이트헤드의 생성과 과정을 중시하는 철학이야말로  헬라철학의 영원한 절대자의 개념보다 기독교인의 경험과 성경의 증거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하지만, 전통적인 복음주의자들이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 신학은 하나님의 내재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성경이 증거하는 그분의 거룩과 초월성을 잃어버렸으며, 세상 가운데 실재하는 악과 정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난점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주장들 중에는 우리가 경청해야 할 몇몇 중요한  내용들이 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끊임없이 우리의 삶에 개입하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과  교재하고 있는가? 혹시 우리는 이미 '성인이 된' 나머지 하나님을 냉담한 초월자로서 나와 상관없이 하늘에 거하시는 거룩한 분으로만 남겨 두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우리의 신앙은 진리와 올바름을 향한 추구를 상실한 채 나의 현재 상태와 기득권을 합리화해주는  화석화된 신념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우리는 세상을 향한 소통의 끈과 합리적 보편성에의 지향을 포기하고  내부의 논리에만 사로잡힌 편협한 아집으로 전락한, 리차드 마우의 말마따나  "무례한 기독교" 를 좋은 신앙과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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