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적 상상력 (월터 브루그만 지음, 복 있는 사람 펴냄)

1. 젊은 시절 작은 문고판으로 처음 만났던, “예언자적 상상력”을 덩치가 커진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만났다. Christianity Today에 의해 20세기를 형성한 100권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던 이 名著를 40대에 다시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불편했다.

 

2. 저자에 의하면 예언자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배 문화의 의식과 인식에 맞설 수 있는 대안적 의식과 인식, 즉 예언자적 상상력을 끌어내고 발전시키는 사람이며, 그의 책무는 현존하는 질서의 불법성을 비판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하나님의 질서를 약속하고 선포함으로서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한다. 모세는 질서와 승리를 내세우는 이집트 제국의 종교에 대해 하나님의 자유의 종교를 선포하고, 억압의 제국정치에 대해서는 인간의 정의와 긍휼의 정치로 맞섬으로서 예언자적 상상력의 과제를 현실화한 첫 번째의 예언자가 된다.

 

3. 그러나 모세를 통해 실현된 예언자적 상상력의 비전은 풍요와 번영을 이루었으나 정의의 정치 대신 억압의 정치, 평등의 경제 대신 풍요의 경제, 그리고 하나님의 자유의 종교 대신 접근성과 내재성의 종교를 통해 여호와 하나님을 체제와 지배 이데올로기의 수호신으로 만들어버린 솔로몬의 제국에 의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대해 (1) 예레미야는 죽음에 대한 무감각과 약자들에 대한 냉소와 억압이 황행하던 솔로몬 제국의 현실에 맞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종말의 고통에 대면하는 애통과 격정, 공감과 체휼의 종교를 주창함으로서, (2) 제2 이사야는 허위로 밝혀진 왕권의식의 필연적 귀결인 멸망과 바벨론 포수라는 철저한 절망의 심연에 빠진 포로기의 이스라엘을 향해 상징과 상상력, 경탄과 송영의 언어로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희망을 노래함으로서 각각 당대에 주어진 예언자적 상상력의 과제를 완수해 내고 있다.

 

4.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예언자적 상상력의 비전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가장 철저하게, 그리고 궁극적으로 실현되었다. 예수님의 탄생,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선포와 가르침 그리고 치유와 기적사건들은 당대의 억압적이고 악마적인 사회체제와 권력관계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비판이며, 그 과정에서 예수님이 보여준 변두리 인물들에 대한 연대와 긍휼이야말로 이러한 비판의 가장 근원적 형태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당신의 백성들에 대한 연대와 긍휼의 표시로) 그들이 당해야 할 죽음을 대신 끌어안으신 사건인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은 왕권의식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도전이요 예언자적 비판의 궁극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의 예언자적 사역은 이렇듯 낡은 체제에 대한 비판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 현실로 나아가게 하는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며, 예수님의 부활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로 향하게 하는 궁극적 활성화요 하나님의 자유를 표현하는 궁극적 구원행위가 된다.

 

5. 마지막으로 저자는 지배문화가 일구어 넣은 철옹성과 같은 가상현실에 대해 애통(비판)과 희망(활성화)이라는 무기로 맞서는 창조적 하위 공동체를 일구어 내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예언자적 상상력의 비전을 이루는 길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6. 왜 40대의 나는 20대의 나와는 달리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감을 느꼈을까? 왜 젊은 시절처럼 이 책이 드러내는 진실에 편안히 공감하지 못했을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이 책에서 비판하는 제국의 정치, 풍요의 경제가 그 아들딸들에게는 얼마나 달콤한 과실을 제공하는지 충분히 깨달을 만큼 커버렸기 때문일까?

 

목차

해설의 글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1장_ 모세의 대안 공동체 2장_ 왕권 의식과 대항 문화 3장_ 예언자적 비판과 파토스의 포옹 4장_ 예언자적 활성화와 경탄의 출현 5장_ 나사렛 예수의 비판과 파토스 6장_ 나사렛 예수의 활성화와 경탄 7장_ 목회의 실천에 관한 주 실천 후기 약어 보기 주 추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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