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기독교/성서학

바울과 로마제국 (리차드 홀스리 편집, CLC 펴냄)

by 서음인 2016. 6. 2.

주후 1세기 사도바울의 사역 당시 로마 전역에는 로마 황제가 神人 (God-man) 인 하나님의 아들이요 세상에 구원과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황제숭배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으며, 이는 로마가 비교적 적은 행정적 군사적 조직으로도 광대한 로마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수단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저자들은 사도 바울이 그의 서신서를 기록하면서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숭배 이데올로기를 선전하기 위해 사용헸던 용어들과 개념들 - 하나님의 아들, 복음, 구원, 평화 등 - 을 차용하여 예수님이야말로 참된 하나님의 아들이요 진정한 구주이시며 세상에 참된 구원과 평화를 가져다주신 분이라고 선언함으로서 로마제국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황제숭배 사상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들은 사도 바울이 황제로부터 하층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의 구성원을 피라미드식의 수직적 위계질서로 조직하는 로마의 사회구성 원리인 후원자-종속관계 (patron-client relations) 에 반하여,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후원자요 구성원 상호간에는 동등하고 수평적인 사회 경제관계를 가진 대안사회 (alternative society) 인 교회공동체 (에클레시아 ekklesia) 를 세움으로서 로마제국 통치의 근간이 되고 있는 계급주의적이고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근간에서부터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저자들은 바울사도와 초대교회가 로마제국이라는 정치체제를 직접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로마 황제가 아닌 예수님만을 유일한 주로 선포하는 에클레시아 (ekklesia) 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서 결과적으로 제국을 지탱하고 있는 그릇된 이데올기와 사회체제를 비판하고 폭로하는 운동이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복음이란 결코 진공상태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어떤 특정한 정치 사회적 체제 아래 주어진다. 그리고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나그네요, 그들의 진정한 시민권은 로마의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참된 복음의 메시지는 반드시 세상, 즉 기존의 정치적 사회적 권력과 그를 지탱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혹시 우리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지상의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정치 경제적 이데올로기와 복음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엘륄의 말처럼 기독교의 진정한 비극은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일제통치나 나찌치하를 막론하고 기꺼이 당대의 정치, 경제체제의 수호자이기를 자처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목차

편집사 한국어판 서문 역자 서문 전체 서론 제1부 로마 제국주의 구원의 복음 제2부 후원관계와 제사장직과 권력 제3부 바울의 반제국주의 복음 제4부 로마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대안 사회 건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