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경원인의 발굴에 참여했던 유명한 고생물학자이자 예수회 사제였던 저자 떼이야르 드 샤르뎅의 대표작인 "인간 현상"과, 그 내용을 압축하여 그의 사상을 간략하게 설명한 "자연 안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읽었다 . 현대신학의 주요 흐름인 "과정신학"의 한 줄기를 형성하는 그의 사상은 그가 과학자로서 발견했다고 믿은 진화의 이론이 기독교의 진리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출발한다. 그는 우주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으며, 이 진화의 과정은 현대과학이 주장하듯이 맹목적 우연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외적으로는 복잡화, 내적으로는 정신화의 방향으로 - 소위 정향 진화 - 진행된다고 믿는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지구상에서 진화는 원시적인 지질학적 발전이 일어났던 시기인 지질권에서 생명의 발생에서부터 출발하는 생명권으로, 다시 진화의 과정이 최고조에 이른 결과물인 인류의 출현으로부터 기인한 정신권으로까지 발전해 왔다. 그러나 우주의 진화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정신권은 어떤 성숙점, 그의 용어를 사용하자면오메가 포인트 를 향해 수렴되고 있다. 그리고 이 점에서 진화의 한계에 이른 우주와 한층 더 깊은 ‘다른 중심’과의 조우가 일어나며, 떼이야르는 우주적 진화의 원동력이요 수렴점인 이 중심이야말로 다름 아닌 그리스도라고 결론내린다.
2. 우리는 저자의 목적론적 역사관과 역사의 중심이요 지향점이 되는 그리스도의 존재, 그리고 피조물의 절정으로서의 인간이라는 개념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진화론은 더 이상 진화가 특정한 방향이나 목적을 향해 진행된다고 말하지 않으며, 따라서 현 시점에서 "정향 진화"를 주장하는 그의 신학은 잘못된 토대에 기초한 낡은 이론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세상의 모든 일을 완성을 위한 '과정'으로 간주하는 떼이야르의 사상은 다른 "과정신학"의 가르침과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죄와 악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가 고민했던 문제인 과학과 기독교의 관계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과연 기독교와 과학은 어떤 관계인가?
3.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핫한 이슈인 창조와 진화에 대한 바른 기독교적 관점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독교 과학운동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창조과학운동은 창세기에 대한 문자적 해석을 바탕으로 지구의 나이가 5천년 남짓하다고 믿는 젊은 지구 창조론을 주장한다. 그러나 젊은 지구 창조론을 믿는 개인이나 단체들은 해당학문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 치중하거나 법적 제도적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경향이 있으며, 혹자는 이런 창조과학 운동이 과학이 아닌 유사과학(Pseudo-science)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리고 요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나이든 지구 창조론을 주장하는 물리학자 양승훈 교수(프라이드를 탄 돈키호테, SFC)나, 창조론과 진화론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창조적 진화론을 주장하는 천문학자 우종학 교수(무신론 기자, 크리스챤 과학자에게 따지다, IVP) 등이 저술을 통해 젊은 지구 창조론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 논란이 대중서적과 강연장이 아닌 실험실과 논문을 통해 발전적 결과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이므로(All truth is God's truth).
2017년의 후기 이제 나는 더 이상 젊은 지구 창조론이 진지한 대화가 가능한 제대로 된 과학이론이라고 믿지 않는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부 신학자나 목회자들이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현대과학의 모든 기초를 뿌리에서부터 부정하는 엄청난 주장을 그렇게 빈약한 증거만으로, 그것도 '과학'의 이름과 권위를 빌어 내뱉는 '과학자'들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내게 젊은 지구 창조론 혹은 창조과학은 잘 봐주면 유사과학(Pseudo-science),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정직한 지적 사기꾼들의 헛소리일 뿐이다.
목차 :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
책머리에
일러두기
들어가는 말: 인간 현상
Ⅰ. 우주 안에서 생명의 위치와 의미 똬리틀기를 하고 있는 세계
Ⅱ. 생명권의 확산과 유인원의 분리
Ⅲ. 인간의 출현, 혹은 반성의 단계
Ⅳ. 정신권의 형성 - 확산의 사회화: 문명화와 개인화
Ⅴ. 정신권의 형성 - 압축의 사회화: 전체화와 인격화
목차 : 인간현상(한길그레이트북스 023)
001. <이른 생명>
002. 우주의 바탕
003. 사물 안
004. 청년지구
005. <생명>
006. 생명의 출현
007. 생명의 팽창
008. 땅, 어머니
009. <생각>
010. 생각의 등장
011. 펼쳐지는 얼누리
012. 현대세계
013. <다음 생명>
014. 집단 출구
015. 집단을 넘어 ; 큰사랑
016. 세상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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