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보수주의자 중 하나라는 칼 포퍼의 책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그의 책을 읽어 보니 역사적으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자 중 한 명이었다는 포퍼가 오늘날 한국에 오면 당장 좌파 내지는 반국가 사범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특별히 보수를 참칭해가며 긍정사관이라는 미명하에 허접한 교과서를 통해 잘못된 과거사를 감추거나 왜곡하기에 급급한 사람들이나, 국가를 우상으로 섬기기를 강요하며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공권력과 신앙의 이름으로 미화하려는 사람들은 포퍼에게 ‘진짜 보수’가 뭔지 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 정치권력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온당한 생각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치권력의 역사는 국제적 범죄와 집단학살의 역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신이 역사라고 일컫는 국제적 범죄와 대량학살의 역사에 자기 자신을 나타내신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신을 모독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잔인하고 치졸하기도 한 짓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인간의 삶의 영역 안에서 참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제대로 말해줄 수 있겠는가? 잊혀진 사람들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슬픔과 기쁨, 그들의 수난과 죽음, 이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루어진 인간경험의 참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것을 이야기해 주는 역사란 있지도 않으며 있을 수도 없다. 모든 존재하는 역사들, 위대하고 힘센 자들의 역사는 기껏해야 하나의 천박한 희극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가 지닌 가장 나쁜 본능인 권력과 성공에 대한 우상숭배가 우리로 하여금 사실이라고 믿게 한 것이다 ......”
“....... 정치적 투쟁에 있어서 폭력의 사용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내가 보는 다른 경우는 이것이다. 일단 민주주의가 성취된 후에 민주헌법과 민주적 방법의 사용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저항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권력을 남용하여 자신을 폭군으로 만들려고 하는 정부는 범법자이므로, 시민은 그러한 정부의 행위를 범죄행위로, 그런 정부의 구성원을 위험한 범죄집단으로 보아야 할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해 위에서만 민주주의는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 (201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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