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학자로서의 피터 와그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신앙"은 아마도 내가 믿고 고백하는 신앙과 거의 상극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는 복음주의권 내의 은사운동 흐름인 "제3의 물결" 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고 그 운동을 주도한 사람 중 하나였으며, 현재는 사도와 선지자의 은사가 오늘날에도 존재하며 교회의 리더십은 바로 이러한 '사도' 나 '선지자'들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사도운동" 의 최일선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심히 의심스러운 운동은 합신이나 고신과 같은 보수적 장로교단에서 이단적 신학으로 규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은사주의 운동에 대한 탐구의 여정에서 몇 권의 책으로 만났던 저자로서의 그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의 글은 명료하고 흥미진진하며 유머스럽기까지 하다!! 그의 회고록인 이 책 역시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삶의 여정이 1. 출생과 성장 2. 거듭남 3. 정글 선교사 4. 맥컬로우 시대 5. 맥가브란 시대 6. 윔버 시대 7. 제이콥 시대 8. 부시 시대 9. 피어스 시대 등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거나 그와 함께 협력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오늘날 선교학이나 교회성장학과 관련된 성령운동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고, 따라서 이 회고록은 피터 와그너 자신의 신학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기록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도날드 맥가브란의 동일집단의 원리, 존 윔버와 제 3의 물결(빈야드 교회, 표적과 기사), 신디 제이콥스와 영적전쟁이론(지역을 장악한 영, 중보 선포기도), 폴 피어스와 예언 및 사도의 은사 등 소위 "제3의 물결" 로부터 시작된 은사운동의 발전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증언이기도 하다.
은사주의 운동이나 영적 전쟁론에 관련된 책들을 접할 때 항상 느끼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의 사역이나 삶 가운데 성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이 회고록도 마찬가지여서 그의 신학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은 주로 그가 만난 사람들이나 그의 체험이거나, 소위 예언자들로 부터 받은 예언의 말씀이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아니다. 이 운동에서 성경은 오직 그들의 "체험"이나 "예언" 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proof text 로만 의미를 부여받는 것 같다. 그들이 만났고 체험한 성령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 그분은 하나님의 말씀을 조명하시고 그 말씀을 통해 계시하시는, 내가 알고 있는 성령님과는 다른 분인가? 그들의 주장대로 그분은 오늘날에도 사도와 예언자들을 통해서 새로운 계시, 소위 '지식의 말씀' 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는 분이신가? 보수적 복음주의권에 속한 목사가 지은 제자훈련 교제에서도 '사도의 은사' 라는 말이 버젓히 등장하고, 여기저기서 예언'과 '지식의 말씀' 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거리낌없이 들리는 이때 이 질문은 나에게 실존적이고 긴급한 질문이다.
목차
1. 출생과 성장(1930~1950)
2. 거듭남(1950~1956)
3. 정글 선교사(1956~1961)
4. 맥컬로우 시대(1961~1971)
5. 맥가브런 시대(1971~1982)
6. 윔버 시대(1982~1989)
7. 제이콥 시대(1989~1996)
8. 부시 시대(1991~1999)
9. 피어스 시대(1999~ )
10. 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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