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한번 말했지만 성가대원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진땀나는 상황은 박자를 놓치거나 집중을 잃는 바람에 남들이 다 ‘침묵으로 연주’할 때 홀로 멋지게 노래함으로서 아무도 원치 않는 솔리스트가 되는 일입니다. 연주와 연주 사이의 정적은 단순히 연주가 중단된 순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가장 중요한 연주이기 때문에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지요. 그런데 이번 주일 찬양 중 ‘홀로 노래하기’ 외에 침묵의 연주를 망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몸소 알아내고 말았습니다! 바로 ‘요란하게 홀로 악보 먼저 넘기기’입니다.
이번 주에 부른 노래는 성가대를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일견 평이해 보일 만한 곡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곡들이 부르기는 쉽지만 의외로 ‘잘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시종일관 다이나믹의 변화가 별로 없이 조용한 노래일수록 에너지를 가지고 집중해 부르지 않으면 템포가 처지거나 음이 떨어지거나 듣는 사람들이 한없이 지루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느리기 때문에 조금만 음정 박자가 맞지 않거나 고음처리가 거칠어도 듣는 사람의 귀에 쏙쏙 들어오게 되지요. 끝나고 녹음된 영상을 들어보니 그래도 비교적 잘 부른 것 같아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링크해 놓은 동영상을 자세히 살피니 간주가 들어가는 부분에서부터 마음이 급해져서 안달난(?) 베이스 파트의 남자 대원 하나가 2분 17초 경에 기어이 남들보다 한 마디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크게 들어보니 ‘침묵의 연주’가 충분히 깨질 만큼 넘기는 소리도 요란했습니다! 물론 제가 한 짓이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아주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는 저같은 성가대원의 소망은 매 주일마다 “오늘도 무사히” 입니다!
http://www.syschurch.org/xe05/index.php?mid=Hymn&document_srl=171645&listStyle=vie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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