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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92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 · 정종현 지음, 서해문집 펴냄) 『대한민국 독서사』는 대학의 국문과에 재직하면서 한국 현대 문학사와 문화사를 연구하는 두 명의 연구자들이 광복 후 70년 동안 우리가 어떤 책들을 사랑해 왔고 우리의 책 읽기 문화는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시대별로 살피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저자에서 시작해 독자까지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 회로의 각 단계와 전 과정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어떻게 변천 발전했는지를 이해하려는 것”이 ‘책의 역사’라면, “커뮤니케이션 회로의 마지막 단계이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실현되는 단계인 읽는 행위”, 즉 과거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 것이 ‘독서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의 선택과 구입, 독서 과정과 독서 후 인식과 행동의 변화에 이르는 모든 일은 개인이 속한 당대의 문화적 정황에 의해 주어.. 2019. 12. 14.
일러스트로 보는 유럽 복식 문화와 역사 1 - 고대로부터 르네상스까지 (글림자 지음, 혜지원 펴냄) 『일러스트로 보는 유럽 복식 문화와 역사 1』은 유럽의 문명과 패션이 시작된 고대 그리스의 미케네와 크레타 문명에서부터 인위적인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던 르네상스 말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의 대표적이고 특색 있는 복식 문화를 풍부한 일러스트와 함께 시대별 국가별로 소개하고 있는 교양 유럽복식사 입문서다. 복식 문화의 매력에 빠지 다양한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중인 저자는 복식이란 예술의 한 분야이자 시대의 미학을 표출하는 귀중한 지식이며, 복식을 알아간다는 것은 당대의 삶과 역사를 알아가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우선적으로 유럽 역사의 큰 흐름을 소개하고 지리적인 환경, 사회적인 변화, 사람들의 의식이 어떤 식으로 복식에 반영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나간다. 이 책은 고대로부터 르네상스까지의 .. 2019. 11. 14.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 (쇼노 유지 지음, 오쓰카 이치오 그림,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펴냄)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는 대학졸업 후 희망도 의욕도 없이 여행사에 근무하다가 서른 다섯이 되는 해부터 커피를 볶기 시작해 고향인 도쿠시마에 ‘아알토커피’와 ‘14g’라는 커피 가게를 열고 10여 년간 커피 로스터로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다. 요식업이나 소매업을 해본 적도 없고 돈도 인맥도 재능도 없었지만 10년간의 좌충우돌 끝에 ‘살아남는’ 데 성공한 저자는, “지금껏 서툴러 하루하루 격투를 벌이는 나 같은 인간도 어떻게든 해내고 있다”는 말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류도 이류도 아닌 ‘보통사람’인 자신이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알게 된 것을 앞으로 뭔가 시작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슬쩍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커피가게를 열고.. 2019. 10. 4.
발터 벤야민의 수수께끼 라디오 (발터 벤야민 지음, 마르타 몬테이로 그림, 박나경 옮김, 봄볕 펴냄) 『발터 벤야민의 수수께끼 라디오』는 독일의 문예 비평가이자 철학자인 발턴 벤야민이 1932년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방송 대본으로 썼던 글을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벤야민 책 몇 권을 인터넷으로 구입하면서 함께 산 책이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초등학생 상대의 그림책이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농부는 자주 볼 수 있고, 왕은 가끔 볼 수 있지만, 신은 결코 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수수께끼 때문에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주인공 하인즈는 친구인 안톤에게서 “자신의 모자를 놓고 갔으니 찾아 달라”는 부탁과 “이미 모자를 찾았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자답이 함께 담긴 이상한 편지를 받는다. 이 편지를 받은 주인공은 안톤이 수수께끼 풀기의 귀재임을 떠올리고 해답을 얻기 위해 그를 찾아 .. 2019. 9. 28.
정의를 위하여 (강남순 지음, 동녂 펴냄) 『정의를 위하여』는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에서 코스모폴리터니즘이나 페미니즘과 같은 현대의 철학적 · 신학적 담론을 가르치는 강남순 교수가, ‘비판적 저항으로서의 인문학적 정신’에 입각하여 구체적 현실 속에서의 ‘정의’에 대해 다층적으로 성찰한 기고글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이 지향하는 ‘비판적 저항으로서의 인문학’이 속세를 초월한 고상하고 우아한 문화 활동이 아닌 “비판적 성찰, 해답 찾기가 아닌 새로운 물음 묻기를 통한 세계 개입, 그리고 인류 보편가치로서의 정의 · 평화 · 평등 · 연대의 가치를 확장하고 실천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치 · 사회 · 종교 · 윤리의 네 영역에서 정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한 마흔 네 편의 글들을 통해, 여성 · 장애인 · 소수자 · 빈곤.. 2019. 9. 21.
일본적 마음 (김응교 지음, 책읽는 고양이 펴냄) 『일본적 마음』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가 유학생과 객원교수로 일본에 살았던 1996년부터 2009년까지 13년 동안 썼던 글 중 ‘일본적 마음’을 담은 것들만 모아 펴낸 ‘인문여행 에세이’다. 저자는 ‘예술’, ‘독서’, ‘사무라이’, ‘야스쿠니’의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와비사비, 하이쿠, 우키요에, 무라카미 하루키, 사쿠라, 사무라이, 야스쿠니 신사 등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적 키워드와 그 안에 담긴 일본인들의 집단 심성을 함축적이고 생생한 필치로 잘 그려냈다. 이 책의 1부인 ‘예술’은 가난과 외로움 가운데서도 맑고 가라앉은 정조를 즐기면서 자족과 풍성함을 누리는 일본의 독특한 미학적 정서인 ‘와비사비’와, 이 정서를 따라 5.7.5 조의 짧은 시구에 한적함과 가벼운 일상, 그.. 2019. 8. 24.
우표, 역사를 부치다 (나이토 요스케 지음,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펴냄) 일본의 우편학자인 나이토 요스케가 쓴 『우표 역사를 부치다』는 20세기에 접어들어 미국과 적대적이고 격렬한 관계를 맺어온 국가나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는 과정과 그에 반발하는 움직임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우편학’이라는 방법을 통해 살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우편학’을 편지나 엽서에 붙은 우표와 찍힌 소인 등을 포함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미디어로서의 우편, 즉 우편 미디어”를 분석해 그 우표가 만들어지고 통용된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재구성하려는 학문적 시도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한 국가의 정치적 견해나 정책, 이데올로기 등을 담고 있는 ‘국가 미디어’인 우편물을 연구하는 ‘우편학’의 눈을 통해, 20세기 동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맞섰던 나라들의 격렬했던 저항과.. 2019. 7. 12.
세상을 뒤흔든 사상 : 현대의 고전을 읽는다 (김호기 지음, 메디치 펴냄) 『세상을 뒤흔든 사상 : 현대의 고전을 읽는다』는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의 사회원리와 제도를 분석하고, 이 사회적 구속 아래 놓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현대의 고전’ 40권을 선정하여 간략하게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생각하고 숙고하는 사유의 힘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기반이라고 강조하면서, 독자들이 이 책에 소개된 전후 세상을 뒤흔든 현대의 고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고 가야할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1) 문학과 역사, (2) 철학과 자연과학, (3) 정치와 경제, (4) 사회, (5) 문화 · 여성 · 환경 · 지식인 분야에서 총 40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으며, 한 권 한 권이 “우리가 놓인 사회적.. 2019. 5. 18.
더 나은 세상 - 우리 미래를 가치 있게 만드는 83가지 질문 (피터 싱어 지음, 박세연 옮김, 예문 아카이브 펴냄) 『더 나은 세상』은 동물해방운동의 효시가 된 『동물 해방』이나 자발적 기부의 필요성을 주장한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가 젠더, 국제정치, 생명, 기부, 과학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논란이 되는 윤리적 주제들에 대해 라는 매체에 기고했던 짧은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옮긴이는 각각의 주제를 깊이 다룬 싱어 교수의 책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현재 논란이 되는 거의 모든 윤리적 이슈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을 수 있는 이 책이야말로 싱어 교수의 '종합선물세트'와 같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이 책은 “피터 싱어라는 세계적 석학의 철학과 이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이자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몇 가지 조사 결과를 .. 2019. 5. 4.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켄 크림슈타인 글/그림, 최지원 옮김, 더숲 펴냄) 이 책은 독일계 유대인으로 한때 하이데거의 제자이자 연인이었으며, 나치의 박해를 떠나 파리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 후 『전체주의의 기원』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인간의 조건』과 같은 책으로 20세기 최고의 정치사상가의 반열에 오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의 삶과 사상을 ‘세 번의 탈출’이라는 모티프로 풀어 낸 그래픽 노블(=만화책)이다. 위에 언급한 아렌트의 대표작과 한 권의 전기를 포함해 그와 관련된 책 몇 권을 접했지만,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었던 아렌트의 생생한 숨결과 극적이었던 삶의 자취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이 책이 독보적이었다. “시의적절한 전쟁 모험담이자 성장소설이며, 철학 그래픽노블, 정치적 전기, 진리를 향한 러브레터”라는 작가 마이클 티세랑의.. 2019. 4. 24.
바울과 현대철학 (김성민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현대철학연구자이자 인문교육운동가로 짓다 철학학교와 도서출판 짓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현대의 대표적인 현대정치철학자들이 자신들의 책에서 사도 바울을 다루는 이유와 내용을 기독교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바울을 ‘철학적으로’ 사용하면서 정치철학의 ‘종교적 전회’라는 흐름을 만들어냈던 몇몇 사상가들의 핵심적인 논지와 주장을 그들의 대표적인 저서 한두 권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 흥미로운 책이 다루는 학자들의 생각을 몇몇 문헌의 도움으로 간략하게 정리하여 앞으로의 공부를 위한 길잡이로 삼기로 한다. 단,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요약하는 것은 내 능력을 한참 벗어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미리 고백해야겠다. 현대철학의 바울적 계기와 .. 2019. 3. 1.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 (마커스 윅스 지음, 임소연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 (개러스 사우스웰 지음, 강성희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와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흔히 직면하는 일상적 혹은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 ‘니체’를 포함한 위대한 철학자들과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위대한 정치 철학자들이 해주었을 법한 대답을 쉽고 친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가 관계, 일, 라이프스타일, 여가시간 등 주로 일상적인 영역에 집중한다면,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는 자유, 평등, 권력과 권위, 권리, 정의와 같이 좀 더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다.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는 각각의 질문들은 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적 질문'을 담고 있는 '제목' ② 일상적 질문 안에 숨겨져 있는 ‘기본적인 철학적 질문’ ③ 그 질문에 대한 몇몇 위대한 철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와 그 배.. 2019. 2. 27.
불멸의 서 77 (제임스 노티 외 지음, 서미석 옮김, 그림씨 펴냄) 애서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나 역시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이라는 물질’에도 관심이 많다. 따라서 내게 책이란 ‘읽는’ 것이기 이전에 ‘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것이며, 좋은 책이란 ‘좋은 내용을 품은 책’인것 만큼이나 ‘아름다운 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불멸의 서 77』은 (이광주 교수의 『아름다운 책 이야기』나 크리스토퍼 드 하멜의 『성서의 역사』를 포함해) 사진에 함께 담은 몇 권의 책과 함께 평소 내가 꿈꾸는 ‘이상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불멸의 서 77』은 기원전 3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주역』에서부터 1962년에 나온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이르기까지, “삶을 바꾸고 인류의 정체성을 일깨운” 77편의 책을 천연색 도판으로 보여주는 아름.. 2019. 1. 28.
서양철학사 (군나르 시르베크 ‧ 닐스 길리에 지음, 윤형식 옮김, 이학사 펴냄) 1.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가 지은『서양철학사』를 다 읽었습니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두 철학자가 일반 대학생을 위한 교양 철학 교재로 써낸 철학사 입문서라고 합니다. 이 책이 나온 후 온라인상에서 적극 추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만, 직접 읽어보니 과연 좋은 책이었습니다.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책이었지만 읽는 동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2. 저자들이 밝힌 이 책의 서술기준은 “자연권 문제와 과학 및 과학적 합리성의 확장에 주안점을 둔 서양철학사에 대한 입문”입니다. 근대사회가 성취한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보편적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이 책을 일관하는 중요한 시각이라는 뜻입니다. 종교가 지배하던 세계(christendom)였던 서구의 과거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세속.. 2018. 9. 29.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지음,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펴냄) 『침묵』이라는 소설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소설가 엔도 슈사쿠는 자신의 인생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그가 지금까지 길러왔던 동물들이라고 말한다. 동물들은 언제나 그의 말벗이자 친구였고 때로는 친구 이상의 특별한 짝궁이자 위로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인 엔도 준코는 이 책의 말미에서 “남편 엔도 슈사쿠에게 있어 동물은 전부 형제 같은 존재로, 그에게는 가축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그는 이 책에 실린 짧은 글들에서 부모의 불화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 첫 친구이자 말벗이 되어주었던 만주견 '검둥이'로부터 시작해 개, 고양이, 원숭이, 너구리, 구관조에 이르기까지, 그가 키우거나 만나왔던 여러 동물들과의 이런저런 인연을 가식이나 과장이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준다.이.. 2018. 9. 21.
중세 동물지 (작가 미상, 주나미 옮김, 오롯 펴냄) 는 10~15세기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동물지(Bestiarium)라는 장르의 문헌 중 13세기의 잉글랜드에서 제작된 을 번역한 책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걸어다니는 동물 ‧ 날아다니는 동물 ‧ 기어다니는 동물 ‧ 물에 사는 동물과 같이 동물을 다루는 장들 뿐 뿐 아니라 나무 ‧ 인간 ‧ 신비한 돌과 같은 장들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개별 항목들마다 삽화와 함께 특징을 서술하고 있는 구성은 일견 근대의 동물백과 내지는 잡학사전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중세 동물지는 근대 동물백과와 달리 동물의 해부학적 구조나 행동 양태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으며 “그 동물이 상징적으로 지니고 있는 도덕적 ‧ 종교적 ‧ 사회적 의미”를 밝히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번역자는 이러한 동물지의 공통적 특징이 .. 2018. 9. 10.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여름언덕 펴냄) 파리 8대학 교수이자 정신분석가로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는 저자는 자신이 자주 펼쳐보지도 않은 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독서를 신성시하고 어떤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비독서의 경험’을 나누거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상당히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독자가 텍스트를 만나는 경험은 ‘독서’와 ‘비독서’로 날카롭게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해 있으며, 명확하고 동질적이기보다 기억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왜곡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분명한 과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심지어.. 2018. 9. 7.
만들어진 전통 (에릭 홉스봄 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 서양 근대사 삼부작인『혁명의 시대』,『자본의 시대』,『제국의 시대』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국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1917-2012)은 이 책의 서문에서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전통’들이 실상 그 기원을 따져 보면 극히 최근의 것이며, 심지어는 발명된(전통의 발명, invention of tradition) 것이라고 주장한다. 흔히 천 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알려진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영국 군주정의 의례도 실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홉스봄을 포함한 이 책의 저자들은 왕실의례를 포함한 영국의 몇 가지 잘 알려진 ‘전통’들이 어떻게 ‘발명’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역사적 ‘사실’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누가 무슨 .. 2018. 4. 25.